
“사고 건수 바닥으로 끌어내릴 터”
“승강기는 현대인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직 교통시설인 만큼 철저한 안전검사와 유지보수가 뒤따르지 않는 승강기는 생명을 싣고 떨어지는 단두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 22일로 취임 1년을 맞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유대운(55) 원장은 공기업의 느슨함을 바짝 조여 승강기마냥 ‘위아래’로 조직을 움직이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 승강기 안전사고 건수는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경영 효율성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그의 목표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승강시설은 모두 28만9천여 대. 이 가운데 승객용 승강기는 24만5천여 대, 에스컬레이터는 1만3천여 대에 이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승강기가 가장 많아 15만5천여 대라고 한다. 승강기가 많다 보니 탈도 많다. 지난해 승강기 안에 사람이 갇히는 등의 안전사고로 119 구조대가 출동한 횟수는 5500여건. 1만2천여 명의 사람들이 허공에 매달린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는 숫자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외우고 있었다.
“119 구조대가 출동하는 건수로는 차 사고에 이어 두번째로 많습니다.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도 독일 등 선진국에 견줘 10배 정도 됩니다. 매일 타면서도 안전에 대해서는 생각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런 차이는 안전을 책임지는 유지보수업체의 기술력과 질에서 기인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은 승강기가 60만대로 한국의 두 배 정도됩니다. 유지보수업체는 300곳 정도죠. 반면 우리나라는 636곳에 이릅니다. 그러다보니 업체 사이의 경쟁이 심해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정부에서 고시한 승강기 1대당 월 보수액은 19만1천원인데 심지어는 3만원까지 ‘덤핑’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목숨을 덤핑하는 셈이다.
그러나 유 원장은 이런 관행을 고치기 위해 바깥이 아닌 ‘안’부터 다잡기 시작했다. 그는 “빈발하는 승강기 사고가 안전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워 놓았다”며 “검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급 이상 간부직원 30%를 구조조정 하는 한편, 정년 축소와 함께 불필요한 직제를 없앴다. 벌금으로 ‘때우던’ 장애인 채용을 대폭 늘리고 능력에도 불구하고 기능직에 머물던 여직원들을 대거 일반직으로 전환시켰다.
다음달부터는 승강기 정기검사에서 불합격된 승강기는 검사원이 그 자리에서 즉시 운행을 금지시킬 수 있게 됐다. “승강기 안전은 그만큼 커지게 됐지만 안전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용자들의 올바른 이용입니다.” 어린이 사고비율은 전체 승강기 사고의 18%. 그가 안전 캠페인과 사고예방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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