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심사소홀 은행도 20~30% 책임”
분식회계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기업 임원들이 금융기관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해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쪽의 책임도 20~30%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이홍철)는 26일 “분식 재무제표를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부도가 나 20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6개 금융기관이 박영일 전 미도파그룹 회장 등 7명의 회사 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7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도파쪽이 1995~96년 재무제표를 분식결산한 뒤 이를 근거로 거액을 대출받은 잘못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현금 흐름이 취약한 미도파의 사정을 알면서도 은행이 대출 심사를 충실하게 하지 않은 책임도 30%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또 ㈜진로에 778억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ㅎ은행이 “계열사 지원 자금을 재무제표에 적지 않는 식의 분식회계에 속아 손해를 입었다”며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로그룹의 나쁜 재무 상태를 알고도 대출해 준 은행쪽의 잘못도 20% 있다”고 덧붙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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