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ㄹ에스에이티(SAT) 어학원 세 곳을 운영하던 박아무개(41)씨.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따고 미 연방준비은행(FRB)과 국내 유명로펌에서 근무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지만, 어학원을 키우려는 욕심에 납치·감금·폭행까지 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박씨는 2007년 에스에이티 영어작문 강의의 일인자인 손아무개씨를 연봉 7억5천만원에 영입한 뒤 2010년 3월까지 매출액의 50%(최저연봉 10억 보장)를 지급하기로 하고 재계약했다. 그러나 손씨가 ㄹ어학원의 경쟁학원인 ㅂ어학원에 ‘3년간 7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옮겨갈 거라는 소문을 듣고는 설득 대신 주먹과 협박을 앞세웠다. 박씨의 지시를 받은 어학원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밤늦게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손씨를 납치해 경기도 청평의 한 별장으로 데려가 폭행했고 과도를 들이댔다. 뒤이어 도착한 박씨는 무릎 꿇린 손씨에게 “내가 만만하게 보이냐. 미국이었으면 넌 조용히 죽여버린다”며 을러댔다. 겁박에 못이긴 손씨는 결국 이전보다 불리해진 전속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손씨는 이튿날 잠적했다. 박씨는 손씨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손씨를 다시 납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원을 시켜 손씨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사용 내역을 파악해 지난 1월15일 새벽 서울 시내 ㅇ호텔에 묵고 있던 손씨를 다시 납치했다. 손씨를 ㅎ호텔로 끌고 가 확인서를 받아낸 박씨는 직원들을 시켜 손씨를 다시 ㅇ호텔에 감금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2시 손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박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납치과정에 함께 있었던 ㅇ변호사의 공모 여부는 ‘무혐의’ 처분했다. 이어 박씨의 구속영장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20일 박씨와 직원 3명을 감금·납치·폭행(폭력행위 등 처벌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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