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맞추기 수사 비판에 방침 바꿔
‘신한 사태’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신상훈(62)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58) 신한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피의자들의) 처리 방향이 잡혔다”며 불구속 기소 방침을 내비쳤다. 검찰은 신한은행이 고소장에서 적시한 15억6600만원을 신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결론 냈다. 신 전 사장은 2005년 3월, 이희건 명예회장의 계좌를 개설하고 다섯차례에 걸쳐 이 돈을 송금한 뒤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행장이 2007년 12월 대선 직후 현금 3억원을 가져갔는데, 이 돈이 신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에 대한 438억원 대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배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의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하고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김준규 검찰총장의 언질을 받은 <조선> <중앙> <동아> 등이 이들 두 사람의 ‘영장 청구 방침’을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사보안을 강조하던 수사팀은 “짜맞추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고, 결국 수사의 동력을 잃게 돼 불구속 기소 방침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의 구속 수사를 통해, 그가 함구하고 있는 3억원의 행방을 밝히려던 수사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빅2’의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한 검찰은 라응찬(72)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막바지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이 행장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한 직원에게서 “이 행장이 라 회장의 지시라며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라 회장의 공모 여부를 조사중이다. 그러나 라 전 회장과 이 행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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