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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파 성탄절’의 비극

등록 2010-12-26 20:38수정 2010-12-27 08:38

반지하방 전기장판 과열로 불
엄마 숨지고 두 아이 중태빠져
성탄절인 25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내려갔다. 웃풍이 센 반지하방에는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전기장판은 하루 종일 돌고 돌았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난 시각은 오후 1시25분께. 당시 반지하 방에는 이혼 뒤 홀로 아이를 키워온 양아무개(25)씨가 4살, 2살 된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자고 있었다. 감기를 앓던 두 아이는 엄마 품에서 깊고 평화로운 잠에 빠져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전기장판이 과열됐다. 전기장판에서 시작된 불은 유독가스를 내뿜다가 주인집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8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그 18분의 결과는 끔찍했다. 45㎡의 작은 집은 절반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천장은 시커먼 고드름처럼 타내렸다. 부엌에 널어 놓은 2살 아이의 옷과 젖병이 모두 재가 됐다.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양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숨졌다. 두 아이는 모두 호흡이 곤란해 중환자실에서 산소마스크에 의지하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씩을 내는 반지하 방에는 세 가족 외에도 양씨의 부모와 여동생(23)이 함께 살았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는 성탄절에도 일을 하러 나간 상태여서 화를 면했다. 여동생도 외출한 상태였다.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양씨도 ‘대목’인 성탄절에 출근을 해야 했지만 감기를 앓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양씨는 지난 8월 이혼 뒤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부모와 여동생이 함께 벌어 간신히 월세를 내고 살 정도로 생활은 어려웠다. 숨진 양씨의 집에서는 잔액이 2000원뿐인 은행 통장과 휴대전화 요금 독촉장, 국민연금공단 독촉장 등이 나왔다. 양씨의 전 남편은 지난 9월 절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양씨의 여동생은 “경제력이 없는 남편을 만나 고생하다가 이혼한 뒤에도 두 아이를 잘 키우겠다며 악착같이 살아온 언니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을 수 없다”며 울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전기장판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밖에도 기습 한파가 몰아친 24~25일 화재 사고가 잇따랐다. 25일 오후 5시께에는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의 5층짜리 빌딩에서 불이 나 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24일에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집주인 이아무개(53)씨 등 2명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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