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의 표현 자유를 확보하고 신장시키는 데 분수령이 될 결정이다. 공익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길을 열어준 법조항에 대한 위헌은 당연하다.”
김창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미네르바’ 사건 위헌 결정을 이렇게 반겼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헌재의 결정에 환호했다.
인터넷에 ‘부분적 허위사실’을 올렸다는 이유로 미네르바가 구속된 뒤 국내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크게 후퇴했다. 포털 다음의 한 관계자는 “미네르바 구속과 함께 아고라에서는 글을 올린 뒤 자진삭제하는 것은 물론,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고 선언하고 떠나거나 표현 자유가 보장되는 국외 서비스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일이 잦았다”며 “경찰 등 수사기관이 게시글 삭제를 요구할 때 근거로 삼던 법률에 위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이런 요청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에서 보듯 어떤 주장을 ‘명백한 허위’로 처벌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황우석 사건 때 진실이 밝혀졌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누리꾼들이 ‘확실한 근거 없이’ 자유로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정부가 지금처럼 유언비어를 수사했다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긴장상황’ 때 정부기관이 명백한 허위라고 신고한 글에 대해 심의절차도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기도 해, 논란을 불러왔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방통위가 내년도 업무계획에 포함시킨 ‘사회 교란 목적의 유언비어’ 삭제 방안은 시대착오적 정책의 상징이 되게 됐다.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정부는 사과하고, 경찰과 검찰은 이 죄목으로 이루어진 형사소추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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