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민사4부(재판장 정창호)는 국가기관에 의해 간첩으로 몰렸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복재씨의 딸(56·전남)과 손자 등 유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19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말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군 수사관들한테 영장 없이 체포된 뒤 끌려가 구타, 전기·물 고문 등 모진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불러주는 대로 혐의를 자백해 간첩으로 만들어졌다”며 “10년 동안 복역한 뒤 가석방됐지만 이후에도 고문 후유증과 보안관찰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명백한 만큼 김씨 몫의 위자료 8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가장인 김씨가 장기간 생업을 꾸리지 못했고, 간첩의 낙인까지 찍히는 바람에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는 등 가족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는 김씨의 억울한 옥살이뿐 아니라 부인·자녀·형제 등 가족의 피해도 배상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국가 쪽 주장을 두고는 지난달 2일 광주고법에서 재심 선고를 통해 김씨의 누명을 벗겨주기 전에는 청구소송을 사실상 내기 어려웠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어부였던 김씨는 1950년대 후반 일본으로 밀항했다 1966년 돌아왔으나 일본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에 포섭됐다는 의혹을 사 1970년 12월 광주보안대에 영장없이 체포됐다.
김씨는 이듬해 4월 귀국 이후 조총련의 지시로 한국인 3명을 넘기고 국가기밀을 수집했다는 등의 혐의(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고, 만기를 앞둔 1980년 5월 가석방됐지만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출옥 6년 만인 1986년 12월 숨졌다.
유족들은 지난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조사 결과 이 사건이 불법 연행, 가혹 행위, 허위 자백 등으로 조작됐다’고 발표하자,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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