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은행의 발표와 달리 연체금을 갚은 지 1년이 지난 뒤에도 은행들 사이에 연체정보가 공유돼 딸의 신용카드 발급이 되지 않고 있는 이덕규(가명)씨가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 앞에서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아 기자
딸 카드 사용하다
신용불량자로 만든 ㅇ씨
760만원 갚고 1년 지났는데
“은행마다 모두 전산에 남아있어
카드발급 안된대요” 이덕규(74·가명)씨는 은행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이씨가 생계 유지를 위해 딸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딸(30)을 신용불량자로 만든 것은 지난해 초.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760만원 가량을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통보되자, 이씨는 어렵사리 딸에게 말을 꺼냈다. 외국계 항공사에 다니며 한 달에 한두 차례만 국내에 들어오는 딸은 이씨에게 돈을 건넸고, 이씨는 지난해 5월7일 연체금을 모두 갚았다. “갚는 즉시 신용불량자 지정에서 해제되고, 1년 이내에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는 정부와 은행의 홍보를 믿었다. 상환한 지 1년 넘게 지난 6월7일 국민은행 명동역지점에 가 딸의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런데 ‘연체 경력이 있어 3년 안에는 발급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황한 이씨는 거래가 없던 은행도 찾았지만, 역시 “어렵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카드사 한 곳에도 발급을 신청했지만 열흘 만에 ‘불가’ 회신이 왔다. 이씨는 “연체 기록은 1년 안에 삭제된다던 정부와 은행들의 선전은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5년째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딸은 월 수입도 4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왜 발급조차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한겨레> 취재진은 22일 이씨와 함께 은행을 찾아 ‘연체 기록은 1년 이내에 삭제된다’는 정부와 은행권의 홍보 내용과 ‘상환한 지 1년 넘은 연체정보는 공유 안 한다’는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의 유권해석까지 전했지만, “카드 발급은 어렵다”는 똑같은 답을 들었다. 우리은행 명동지점 관계자는 “기존 연체 기록은 1년이 지나도 내부적으로 다 관리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체정보를 입수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협 명동지점 쪽도 “본인이 와서 심사를 받아봐야겠지만 전산에서 확인되는 연체 규모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발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명동지점도 “은행연합회 전산망의 신용정보 상태로는 깨끗하지만, 연체됐던 기록은 확인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명동영업소에서도 “연체 규모와 기록은 전산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은행들은 카드 발급에 은행연합회 전산망뿐 아니라 카드회사들끼리 공유하는 전산망과 개인신용정보회사가 제공하는 정보까지 종합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전산망에서는 상환한 지 1년 넘은 정보는 모두 삭제된다”며 “삭제되기 전의 연체정보를 개별 은행에서 축적해 활용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철저한 신용관리를 위해 몇 년이 지난 연체 기록까지도 관리한다”며 “오히려 신청만 하면 카드가 발급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체했던 거래 은행에서는 그 기록을 몇 년이고 관리할 수 있지만, 다른 은행들이 그 연체 기록을 1년 이상 가지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위반”이라며 “은행연합회 전산망뿐 아니라 카드사 공유 전산망과 개인신용정보회사에서도 1년이 경과된 연체 기록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연체정보를 삭제하고도 연체로 인한 낮은 신용등급은 그대로 둬 금융거래에 제한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씨의 경우는 명확한 규정 위반인 만큼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은행을 조사해 시정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신용불량자로 만든 ㅇ씨
760만원 갚고 1년 지났는데
“은행마다 모두 전산에 남아있어
카드발급 안된대요” 이덕규(74·가명)씨는 은행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이씨가 생계 유지를 위해 딸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딸(30)을 신용불량자로 만든 것은 지난해 초.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760만원 가량을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통보되자, 이씨는 어렵사리 딸에게 말을 꺼냈다. 외국계 항공사에 다니며 한 달에 한두 차례만 국내에 들어오는 딸은 이씨에게 돈을 건넸고, 이씨는 지난해 5월7일 연체금을 모두 갚았다. “갚는 즉시 신용불량자 지정에서 해제되고, 1년 이내에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는 정부와 은행의 홍보를 믿었다. 상환한 지 1년 넘게 지난 6월7일 국민은행 명동역지점에 가 딸의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런데 ‘연체 경력이 있어 3년 안에는 발급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황한 이씨는 거래가 없던 은행도 찾았지만, 역시 “어렵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카드사 한 곳에도 발급을 신청했지만 열흘 만에 ‘불가’ 회신이 왔다. 이씨는 “연체 기록은 1년 안에 삭제된다던 정부와 은행들의 선전은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5년째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딸은 월 수입도 4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왜 발급조차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한겨레> 취재진은 22일 이씨와 함께 은행을 찾아 ‘연체 기록은 1년 이내에 삭제된다’는 정부와 은행권의 홍보 내용과 ‘상환한 지 1년 넘은 연체정보는 공유 안 한다’는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의 유권해석까지 전했지만, “카드 발급은 어렵다”는 똑같은 답을 들었다. 우리은행 명동지점 관계자는 “기존 연체 기록은 1년이 지나도 내부적으로 다 관리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체정보를 입수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협 명동지점 쪽도 “본인이 와서 심사를 받아봐야겠지만 전산에서 확인되는 연체 규모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발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명동지점도 “은행연합회 전산망의 신용정보 상태로는 깨끗하지만, 연체됐던 기록은 확인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명동영업소에서도 “연체 규모와 기록은 전산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은행들은 카드 발급에 은행연합회 전산망뿐 아니라 카드회사들끼리 공유하는 전산망과 개인신용정보회사가 제공하는 정보까지 종합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전산망에서는 상환한 지 1년 넘은 정보는 모두 삭제된다”며 “삭제되기 전의 연체정보를 개별 은행에서 축적해 활용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철저한 신용관리를 위해 몇 년이 지난 연체 기록까지도 관리한다”며 “오히려 신청만 하면 카드가 발급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체했던 거래 은행에서는 그 기록을 몇 년이고 관리할 수 있지만, 다른 은행들이 그 연체 기록을 1년 이상 가지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위반”이라며 “은행연합회 전산망뿐 아니라 카드사 공유 전산망과 개인신용정보회사에서도 1년이 경과된 연체 기록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연체정보를 삭제하고도 연체로 인한 낮은 신용등급은 그대로 둬 금융거래에 제한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씨의 경우는 명확한 규정 위반인 만큼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은행을 조사해 시정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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