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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역권력 거머쥐고 보조금 ‘쥐락펴락’

등록 2005-06-27 19:02수정 2005-06-27 19:02


[사진설명]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네거리에 을지로동사무소 이름으로 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의 회원 모집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중구청이 지원금을 대주는 등록단체들에 한해 회원 모집을 알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새마을운동 단체 출신 인사들이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원에 모두 637명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당선자 4415명의 14.5%에 해당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새마을 출신 인사들의 당선율이다. 950명이 후보로 출마해 637명이 당선됐다. 출마자 3명 가운데 2명은 지방자치단체에 입성한 셈이다. 당시 <새마을신문>은 “이번 6·13선거 결과는 지난 98년 6·4 제2기 지방선거에 당선된 614명보다 23명이 늘어난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새마을’과 더불어, ‘국민운동단체’라는 법률상 표현보다는 관변단체로 더 잘 알려진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를 포함하면 이들 단체 출신 인사들의 지방자치단체 진출 비율은 더 높아진다.

새마을출신 950명중 637명 당선 ‘기염’
출신단체 로비스트 자처 ‘퍼주기’ 요구
보조금심의위 장악 지급액 원안통과도

<한겨레>가 컴퓨터활용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수도권 광역·기초의원 자료와 ‘사회단체 보조금 제도개선 전국네트워크’가 조사한 전국 광역의원 분석 자료를 근거로 추산할 경우, 3대 관변단체 출신이 3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관변단체 출신 의원 비율이 높은 것은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데다, 관변단체의 특성상 주요 선거를 거치며 ‘정치적으로’ 훈련돼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특히 읍·면·동 단위까지 뻗어 있는 조직과 이 조직을 굴러가게 만드는 윤활유인 선거자금을 잘 이용할 수 있어서 3명 중 2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마을’ 등 관변단체 출신 인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지방의회에서 자신들이 몸담았던 조직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해 2월 열린 경북도 예·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새마을단체 소속인 손만덕 도의원은 “경북도 새마을회관은 호화찬란하게 지어놓고 시·군의 경우 남의 셋방살이를 사는 곳이 많은데 이 암담한 현실을 개척할 의향이 없느냐”며 ‘로비스트’ 구실을 자임했다.


이런 현상은 행정자치부가 2003년 말 새마을 등 관변단체에 일정한 액수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사회단체 보조금 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제도를 바꾼 뒤로 더욱 노골화됐다. 자치단체 예산편성과 사회단체 보조금 심사 때 출신 단체에 ‘퍼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관변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기초·광역의원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단체 가운데 관변단체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충청남도는 올해 충남 새마을회에 5억69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지원 항목도 ‘사업’보다는 ‘사람’에 집중된다. 새마을지도자 자녀 장학금으로 가장 많은 2억5천만원이 편성됐고, 새마을 위탁교육(1억6800만원)은 그 다음이었다. 충남도의회 의원 35명 가운데 12명이 3대 관변단체 출신이고, 이 중 4명이 새마을운동 단체 출신이다.

보조금 지급을 합리화하기 위해 ‘보조금 심의위원회’를 반드시 통과하도록 한 행자부의 지침도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 심의위원회에 관변단체 출신 지방의원과 관변단체 인사들이 대거 들어가고 있는 탓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보조금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26일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 계획안을 한푼도 건드리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심의위원 9명 가운데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2명씩 포함돼 있었으나, 이 중 3명이 관변단체 출신이었다. 부시장과 국장 등으로 구성된 공무원 위원 4명은 계획안을 입안한 쪽이었다. 이 지자체는 그해 사회단체 보조금 6억4500만원 가운데 62.2%인 4억100만원을 과거부터 일정액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고정적으로 지원받던 13개 단체에 지원했다.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는 “기존 정당들이 조직화가 잘 돼 있는 지역 관변단체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동원·흡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의 관변단체 중심적인 보수 독점의 지역권력이 존속한다면 분권정책을 통해 더 많은 재정과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할수록 오히려 부패와 비효율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보조금 정보공개 기피 사라질까

지자체 내역·심의과정 비공개
“알권리 침해” 판결등 잇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단체 보조금 관련 정보의 공개를 기피해온 관행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춘천지법 행정1부(홍승철 부장판사)는 춘천시민연대가 춘천시를 상대로 낸 정보 부분공개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지난 23일 “사회단체 보조금 심의위원회 회의록 중 발언자 이름을 삭제한 발언내용과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심의위원 명단이 개인정보이긴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행정의 투명성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춘천시민연대는 지난해 3월 춘천시를 상대로 낸 사회단체 보조금 관련자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춘천시가 보조금 심의 회의록과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자 그해 5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시민권리부장은 “정보공개는 법으로 보장된 시민 권리”라며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가 시민의 알권리를 비합리적으로 제한하는 행동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3일 ‘사회단체 보조금 개선 전국네트워크’(보조금네트워크)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사회단체 보조금 관련자료 비공개 결정 취소 행정심판에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 내용을 공개하라”고 부분공개 결정을 내렸다.(<한겨레> 25일치 11면) 하지만 심의위원 명단과 회의록은 공개하지 말도록 해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병국 보조금네트워크 간사는 “강남구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내역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런 악의적인 정보공개 거부로 민원인에게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가중시킨 것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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