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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 입학하기도 전 회계사 시험 준비…못말리는 ‘스펙 열풍’

등록 2011-01-05 20:20수정 2011-01-06 11:31

자격증 응시연령 낮아져
학원 85명중 5명꼴 고교생
“대다수 부모 손에 이끌려”
지난해 ㅇ대학 회계정보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ㄱ고 3학년 정아무개(19)군은 요즘 오전 9시부터 공인회계사(CPA) 준비학원인 서울 서대문구의 ㅁ경영아카데미에서 ‘회계원리’ 수업을 듣는다. 지난해 8월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한 뒤 학원에 등록한 정군은 수시 합격 소식을 들은 뒤 9월부터 본격적으로 두 달짜리 ‘원가관리회계’ 강좌를 들었다. 12월에는 중급회계 수업에 등록했다. 정군은 “4대 대형 회계법인에 취직하려면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거나 나이가 많이 어려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나이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이 듣는 회계원리 강의 수강생은 85명으로,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5명이다. 대학 인문계열에 원서를 넣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노아무개(20)씨도 “아버지가 ‘자격증은 하나의 무기’라며 학원 등록을 권하셨다”고 말했다. 노씨는 오전에 회계학 수업을 듣고, 오후엔 영어와 중국어 공인시험을 준비한다.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공인회계사 등 자격증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에서 학과 수업을 듣기 전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른바 ‘스펙’ 확보 차원에서 취업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이 반영된 때문인지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생들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19살 응시생은 2008년 4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9명으로 늘었고, 20살 응시생도 2008년 30명에서 2010년 158명으로 증가했다.

갈수록 응시연령이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ㅇ경영아카데미 김아무개 부장은 “학생들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거나 경영학석사(MBA)를 따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이 자격증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미래에 대한 자녀의 진지한 고민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부모님 손을 잡고 오는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30살까지 인생경로가 다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ㅁ경영아카데미 심아무개 부장도 “학생의 의지가 강하다기보다는 엄마 손에 끌려와 상담받는 사례가 더 많다”고 전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다 보니, 이런 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경쟁이 주는 고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그 경쟁 속으로 몸을 내던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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