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로 통하는 천정배(사시 18회) 열린우리당 의원이 28일 사법개혁, 수사권조정 등 민감한 현안에 맞닥뜨린 법무부 수장에올랐다.
검찰 안팎에서는 천 의원의 법무 장관 입각을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의 연속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 전 장관이 `서열파괴', `기수파괴'로 검찰 조직에 충격을 주며 인적 청산을 이끌었다면 천 내정자는 형소법 개정, 검ㆍ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국가보안법 폐지 등 검찰 조직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맡게된 게 차이다.
천 장관은 검찰의 최대 관심사인 형소법 개정과 수사권 조정에 대해 아직 공식견해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천 장관이 `2기 검찰 개혁'을 맡을 최적임자로 여권 내에서 거론돼온 점에 비춰 `제도 이상의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과 천 장관의 견해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천 장관은 재작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직자 비리 수사 기관 별도 설치, 수사권 발동 검찰 재량권 축소, 검찰 인사위원회 외부인사 과반수 참석 등 검찰이 껄끄럽게 여길 법한 내용의 검찰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회원이었던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개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도 깊이 관여해 와 보수적 입장을 취해온 법무, 검찰은다소 난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장관 기용 배경과 그간 직ㆍ간접적으로 밝힌 그의 견해를 감안하면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는 `실세 장관'을 맞게 될 법무부와 검찰의 위상 변화는 어느 정도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의 역할도 이런 위기감을 인식하고 있는 검찰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2기 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강 전 장관 취임 직후 검찰총장과 간부들이 줄 사표를 냈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적지만, 사법부나 경찰과 민감한 현안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을 설득하는 것도 천 장관의 몫이다. 검찰 안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청와대와 정치권에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천 장관에게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놓을 것은 내놓아라'라는 외부의 요구가 거세질 때 이를 최대한거부하려는 조직의 생리상 천 장관이 검찰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검사들의 집단 반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김종빈 검찰총장(사시 15회)보다 사법고시 후배인 천 장관이 법무-검찰 조직을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 나갈지도 관심사다. 이미 강금실 전 장관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체제에서 법무 장관이 검찰총장보다 후배 기수인 전례가 있어 충격파는 덜하지만, 일선 고검장 등 선배 검사장들을 설득해가며 조직을 원만하게 꾸려나가는 일은 그다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여 천 장관의 향후 리더십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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