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살…지금도 하루 80명 환자 돌본다
매일 오전 6시에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을지병원 당뇨센터로 출근한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해 하루에 당뇨환자 70~80명을 진료한다. 예약환자를 차례로 돌보고, 입원실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살핀다. 진료 경력 55년째인 김응진(79) 을지병원 당뇨센터 소장의 하루다.
그가 오전 7시에 진료를 시작하는 데는 환자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가 숨어 있다. “당뇨환자는 빈속에 피를 뽑고, 밥을 먹은 뒤 한 차례 피를 더 뽑아야 합니다. 진료를 일찍 시작해야 환자들이 병원에 두 번 들르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거든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가 젊은 의사 못지않게 왕성하게 환자를 돌보는 이유는 정직하다 못해 소박하다. “밥벌이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안히 쉬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일하면서도 충분히 쉴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집에서 쉬냐”고 되묻는다.
김 소장은 1946년부터 81년까지 35년 동안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내고 정년퇴직한 뒤 25년째 을지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은퇴 뒤 진료 경력만 따져도 보통 사람의 평생 직장 근속연수와 맞먹는다.
그는 “대학에 있을 때는 학문을 위해 일했고, 병원에서는 순전히 환자의 건강을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당뇨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와 1968년 대한당뇨병학회를 창립했다. 지금까지 그가 돌본 당뇨 환자만 1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요즘도 해마다 한 차례씩 열리는 세계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국내에서 최고령 의사로 꼽히는 그는 “세계 각지에서 온 의사들을 만나보면, 외국에서는 내 나이에 현직에서 일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한평생 병원을 지켜온 김 소장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환자를 돌보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휴일마다 1시간씩 테니스 경기를 할 정도로 탄탄한 건강에서 나온다. 김 소장은 “건강을 지키는 데는 꾸준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2005년 히어로상’ 시상식에서 김 소장은 대한은퇴자협회로부터 ‘우수 노령 히어로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고령에도 현직에서 뛰고 있는 이익순(79·부일한의원 운영), 배용복(79·덕신기업 택시기사), 송해(78·방송인), 김예애(74·이지밸브 사장), 김신규(73·다운존팜 중앙연구소장), 박용근(66·영월종합고용안정센터 직업상담원)씨 등 7명이 히어로상을 받았다. 혁신㈜과 태창공업은 고령자 고용 우수기업상을 수상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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