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인원감축외 다른 노력안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무리하게 이뤄진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문용선)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인력감축 계획에 따라 직권면직된 이아무개(51)씨가 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2008년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추진했다. 조직과 인력을 조정해 업무효율성을 10%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69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1만9000명 정도 줄이는 내용이 뼈대를 이뤘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933명의 정원을 831명으로 102명 줄이기로 결정했다. 처장·팀장·팀원을 대상으로 공모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이씨는 2009년 7월 직권면직됐다.
그러나 법원은 ‘공기업 선진화’에 따른 이씨의 직권면직을 ‘부당해고’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항공사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500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상태가 견고해 경영상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영진으로서는 인원감축 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 경영효율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정부와 협의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특수성만을 들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정리해고의 성격을 갖는 이 사건 직권면직은 정부의 지시를 받은 경영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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