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태광 이호진 회장 등의 주요 공소사실
이선애 상무는 불구속기소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회삿돈을 빼돌려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횡령, 형법의 배임수재) 등으로 이호진(49) 태광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의 어머니로 비자금 조성·관리를 총괄한 이선애(83) 태광그룹 상무이사와 이 회장 등의 지시로 이를 도운 오용일(61) 태광그룹 부회장 등 계열사 임직원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태광그룹의 편법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한겨레> 2010년 10월13일치 15면)이 불거진 지 넉달 남짓 만이다.
검찰 발표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1997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의 실제 생산량을 조작하고 세금계산서 없이 ‘무자료 거래’를 하거나, 임직원들의 급여를 허위로 꾸며 회삿돈 468억원을 빼돌렸다. 2006년 3월에는 씨제이(CJ)미디어 대표한테서 “케이블티브이에서 좋은 채널을 배정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씨제이미디어 주식 186억원어치를 넘겨받아 25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그룹 계열사 소유 골프장과 주식 등을 헐값에 인수해 이들 회사에 955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쳤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태광그룹의 비자금은 이 상무의 주도로 선대 회장 때부터 조성됐다. 이 상무는 1992년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 이임룡 회장 때부터 회삿돈과 태광골프장 인건비, 공장 설비·부품비 등 529억3000만원을 빼돌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4400억원을 7000개의 차명계좌와 차명주식 등을 이용해 운용하면서 세금 납부와 보험 가입 등 개인적인 용도에 썼다. 서울서부지검 봉욱 차장검사는 “기소된 횡령액은 객관적 자료에 의해 확인된 것으로 장부 파기 등 증거인멸 행위로 밝혀내지 못한 횡령액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대규모 해고로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태광은 2대에 걸쳐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기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태광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 공판 과정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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