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곳중 25곳 파행 적발에도
고교과정 전액 장학금 요구
“경영세습 등 보장땐 법인화”
고교과정 전액 장학금 요구
“경영세습 등 보장땐 법인화”
전국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들이 정부에 학생들의 학비 전액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평생교육시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교과부가 올해부터 전국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재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들의 모임인 ‘학력인정 초중고등학교 전국연합회’는 직업계열 고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장학금을 지급해달라는 청원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정규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설로, 현재 전국 58개 시설에서 4만3000여명이 재학중이다. 이 가운데 36곳(2만2000여명)이 직업계열 고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평생교육시설에는 시·도 교육청 등이 교원 인건비와 저소득층 학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직업계열 고교 교육과정의 학생들에게는 특성화고 학생과 마찬가지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한 관계자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선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과부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 등을 통해 파행 운영이 적발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25곳에 이른다. 파행 사례를 보면, 부산의 한 학교는 2009년 학교시설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고, 대전의 한 학교는 지난해 학교회계로 주변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학교는 2009년 학교회계로 매입한 아파트를 되판 뒤 매각대금을 학교장이 유용했다가 적발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인이 설치·운영하는 시설의 경우 교장 횡령 등의 혐의가 포착돼도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어렵다”며 “횡령 등의 비리가 생기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책무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국고 지원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평생교육시설들이 전액 장학금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공익재단법인으로 전환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가운데 공익재단법인은 6곳뿐이고, 82.8%에 이르는 48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나머지 4개는 학교법인(2곳), 공익사단법인(1곳), 지방자지단체(1곳)가 운영한다.
이에 대해 학력인정 초중고등학교 전국연합회 관계자는 “(학교가) 설립자의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개인 명의로 토지 등을 매입했을 뿐, 횡령 의혹은 대부분 오해”라며 “만약 자식이 물려받아 학교를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사립학교에 해당하는 재정 지원을 해준다면 법인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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