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상대 시동생측 불륜조작
금융거래 등 엿보다 고소당해
금융거래 등 엿보다 고소당해
국내 중견그룹 창업주의 맏며느리가 경영권을 노리고 시동생을 비롯해 친족들 뒷조사를 벌이다 법정에 서게 됐다.
ㅎ그룹 창업주의 며느리인 이아무개(49)씨는 맏아들인 자신의 남편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졌다. 경쟁자는 창업주의 둘째아들과 둘째사위였다. 이씨는 이들에게 치명상을 안기려고 둘째사위와 둘째며느리 각각의 불륜 행위를 알아내려고 마음먹었다. 이씨는 사업 관계로 알고 지내던 회계사에게서 사무장 백아무개(55)씨를 소개받아 ‘방법’을 상의했고, 백씨는 심부름센터 대표인 김아무개(37)씨에게 두 사람의 불륜 증거를 캐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했지만 부정한 행위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빨리 증거를 가져오라”는 백씨의 채근에 못 이겨 김씨는 사진을 조작해 불륜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씨와 백씨는 조작 사실을 알아채고 김씨를 나무라며 사례비를 돌려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씨는 자신의 ‘표적’이었던 둘째사위에게 그동안의 전말을 알렸다. 둘째사위는 장인어른인 창업주에게 그동안 벌어졌던 일을 보고한 뒤 이씨를 고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는 25개 인터넷 사이트에서 둘째사위와 둘째며느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이를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아 지난해 1월 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개월 동안 한 시중은행의 브이아이피(VIP) 고객 담당인 원아무개(32)씨를 통해 둘째사위와 둘째며느리뿐 아니라 시어머니의 통장잔액까지 확인하는 등 17차례에 걸쳐 불법적으로 금융정보를 열람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7일 이씨와 백씨 등 4명을 정보통신망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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