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로 뻥튀기 23억 사기대출 3명 구속…실사안하는 허점 이용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유명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건물 시세를 조작해서 올린 뒤 시세가 부풀려진 부동산을 담보로 23억원의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유아무개(5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아무개(5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유씨 등은 2003년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미분양 아파트 7채를 평당 700만원씩 모두 16억4500만원에 사들여 노숙자 등 7명의 이름을 빌려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어 유명 부동산정보 사이트의 회원 중개업소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부동산에 500만원을 주고, 빌라 시세가 평당 1500만원인 것처럼 부풀려 사이트에 등록시켰다. 이들은 그 뒤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시세대로 감정평가를 받아 2003년 6월 이름을 빌려 준 노숙자 7명의 이름으로 금융기관 2곳으로부터 모두 10차례에 걸쳐 23억85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정보 사이트들이 회원 업소가 올린 정보에 대해 실사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씨 등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도 같은 수법으로 대출을 더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부동산정보 사이트에서 회원 업소가 등록한 정보에 대해 실사를 벌이지 않아 사이트에 등록된 부동산 시세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유령회사를 설립해 노숙자 등을 가짜 근로자로 등록시킨 뒤 이들 이름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모기지론을 대출받아 수십억원을 가로챈 또 다른 일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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