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이 비처럼… 29일 오전 서울 양재시민의 숲 안의 삼풍참사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삼풍참사 10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불의의 사고로 숨진 가족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갑작스럽게 무너진 백화점 터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물이 솟았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가족의 빈자리는 10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잠시 그쳤던 장맛비가 다시 긋기 시작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자리잡은 ‘삼풍참사 위령탑’ 앞에서는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와 함께 허무하게 숨진 502명의 생명을 기리는 10주기 추도행사가 400여명의 유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10년이 흘렀지만 콘크리트 더미를 뒤지며 가족의 신발이라도 찾고자 했던 유가족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붕괴사고로 딸을 잃은 삼풍유족회 김순자(68) 회장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10년이 흘렀지만 당시 사고 현장의 고통이 지금도 전해져온다. 한마디 말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난 그들의 넋이 이제는 편히 쉬었으면 한다”고 어렵게 추도사를 이어갔다. 일부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듯 끝내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딸을 잃은 김재완(68)씨는 “결혼했다고 가구도 새로 들여놨는데 우리 딸은 어디 있냐?”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아들을 잃은 김영임(70)씨는 “빨리 아들을 보내줘야 하는데 아직도 내 마음은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건설 관련 비리들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식(65)씨는 “붕괴 사고 이후로 지은 건물들의 안전도는 조금씩 나아진 것 같지만 삼풍백화점이 지어질 때 같이 생겼던 건물들은 과연 안전한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참사 현장에 그토록 원했던 위령비는 끝내 세워지지 못했다”며 “국민들이 당시 사고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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