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가혹행위와 부적응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의 수는 한해에 70~80명에 이른다. 더구나 군복무 중 사망한 이들 가운데 자살자의 비율은 1999년 43.9%에서 2009년 71.7%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살한 군경 유족들에게는 구타나 가혹행위 여부와 상관없이 위로금 500만원이 지급되는 게 전부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인이 무엇이든 자살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구타나 폭행으로 인한 자살과 관련된 특별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국방부와 경찰이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자살을 ‘순직’으로 인정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 하지만 법조항이 바뀌었어도 국방부는 여전히 ‘자살은 자살’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순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9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국방부에 자살 사건 169건의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단 한 건도 순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의문사위가 2009년 활동을 종료하며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자살자 가운데 ‘군복무 환경에 따른 사망자’는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시 바뀐 건 없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2009년 9월 순직을 인정받지 않더라도 국립호국원에 안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김지훈 황춘화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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