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비정규·최저임금 ‘꼬이고 터지고 맞붙고’
노총 “장관퇴진”…병원·항공노사도 갈등
비정규직노동자 보호와 최저임금 결정 등 노동현안에 대한 해법이 실종된데다 노조 간부 사망 사건까지 겹치며 곳곳에서 노-정, 노-사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총파업을 예고한 한국노총은 30일 노동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에 나섰고, 이에 정부·여당은 노동계를 강도 높게 비난해, 노사관계 복원을 위한 ‘사회적 대화’도 요원해지고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현 노동정책 기조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두 노총은 최근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강행처리 시도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고 대응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 등을 ‘노정 관계의 파탄’으로 규정하고 김대환 노동부장관과 이원덕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두 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9.2% 인상을 결정한 최저임금심의위의 해체도 주장했다. 앞서 최저임금심의위 노동자위원 모두는 29일 심의위의 표결 강행에 반발해 위원직을 모두 사퇴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지도부는 30일부터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위해 전국 순회 독려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30일 충북 청주에서 노조 간부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장외집회 투쟁을 잇따라 벌이고 있다.
반면 이목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위원장은 지난 28일 비정규직법안 심사를 막은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며 법안 처리 유보를 밝히고 “앞으로 (비정규직법안의 입법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들도 “입법 유보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라며 “최근 비리 사건 등으로 입지가 어려워진 두 노총이 ‘장관 퇴진’이라는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별이나 개별기업 차원의 노사 관계도 곳곳에서 충돌로 치닫고 있다. 국·사립대병원과 중소병원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산업 산별 노사 교섭에선, 사용자인 국·사립대병원들이 교섭에 아예 불참하거나 노무사를 대표로 내세우며 두 달째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조합원 3만9천여명)는 다음달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안전운항 여건 확보’와 ‘복지향상’을 각각 주된 요구로 내세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28일 모두 80% 이상의 찬성율로 파업을 결의해, 휴가철이 시작되는 다음달 5일께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특별교섭도 사용자 쪽의 교섭 거부로 대화조차 안이뤄져, 비정규직 노조 차원의 부분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도 노사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항의해 29일 12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여당이 대화보다는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사용자들도 노-정 관계 악화의 틈을 타 제몫 챙기기에 치중한다”며 “그렇지만 노동계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 등 내부의 여러 부조리를 선결하지 않은채 강경 투쟁에 나서선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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