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화씨 동생 신명씨가 지난 1월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편지(왼쪽). <국민일보>가 한나라당에서 입수해 지난 2007년 12월13일치에 보도한 편지(오른쪽). 신명씨는 “형의 미국 송환을 도울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이 편지를 쓰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지인이 누구이고 자신이 쓴 편지가 어떻게 한나라당에 전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여당 “김씨 감방동기가 쓴 것”
감방동기의 동생 “내가 썼다”
작성 강요한 지인은 안 밝혀
홍준표 “입수 경위 기억 안나”
감방동기의 동생 “내가 썼다”
작성 강요한 지인은 안 밝혀
홍준표 “입수 경위 기억 안나”
지난 2007년 대선을 6일 앞둔 12월13일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경준씨 기획입국이 진행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김씨와 미국에서 함께 수감됐던) A씨가 먼저 국내에 들어와 이명박 후보에게 생채기 내는 역할을 하고 그다음에 김경준이 들어오도록 기획입국이 시도됐다”고 강조했다.
이 A씨는 미국 교도소에서 김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로, 그는 김씨보다 한달 앞서 국내로 송환돼 대전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그날치 <국민일보>는 한국에 온 신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신씨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가 BBK 의혹에 몰두하고 있던 당시 여권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암시가 담긴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를 검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언론에 처음 보도된 편지는 신경화씨가 아니라 신씨의 동생인 신명씨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신경화씨에게서 압수했다가 지난 11월 환부 공고를 통해 신씨 가족에게 돌려준 편지 원본과도, 내용은 같았지만 편지지의 양식과 필체가 전혀 달랐다. 조작된 편지가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부채질해 검찰 수사까지 하게 한 셈이다.
신명씨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민주당 쪽에서 우리 형을 무료 변론해주겠다고 했고, 그러기로 했다. 그런 문제 등을 상의하던 지인이 갑자기 그런 내용(기획입국)의 편지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그 지인은 ‘이렇게 하면 형을 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했고, 형을 도우려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편지가 어떻게 한나라당으로 건너갔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그 편지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분명히 해명하지 못했다. 홍 의원은 “내가 BBK 대책위원장을 했고 그 편지가 나에게 온 건 맞다”면서도 “당시 그 위원회에 35명이 있었는데 누가 들고 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8년 6월13일 “기획입국설은 실체가 없다”며 내사종결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동생이 처음에 편지를 썼고 형이 나중에 베껴서 썼다는 결론은 수사결과 발표 때 나온 내용”이라며 “동생은 형을 위해서 한 것이고 시킨 사람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명씨는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지인이 자기 손으로 그런 내용의 문건을 적어 왔으며 그걸 보관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문건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BBK 사건의 피의자인 에리카 김(47·한국이름 김미혜)씨를 이날 소환 조사했다. 이날 밤 11시4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에리카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주장이 거짓이었느냐’, ‘심경이 어떠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대답을 남기고 검찰청사를 떠났다.
김태규 신승근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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