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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립중앙도서관의 ‘이상한 외주’

등록 2011-03-09 20:48수정 2011-03-10 11:06

‘고유업무’까지 용역
자료정리·기증물 수집 등
도서관 기본업무도 하청
“일자리 질 하락” 비난도
‘짬짜미 계약’ 의혹

도서관 직원들이 세운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
5개 사업 15억 ‘싹쓸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자료정비 사업을 할 청년 인턴을 모집합니다.”

지난달 한 사서직 취업 커뮤니티에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하지만 공고를 낸 곳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아니라 해당 업무를 하청받은 용역업체인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11년도 용역사업’으로 발주한 업무 내용을 보면, 기증자료 수집과 자료 정리, 본관 자료 이용 서비스 보조, 디지털도서관 정보광장 서비스 보조, 개관시간 연장 이용 서비스 보조 등 5개 분야다. 본관 자료 이용 서비스 보조업무에 5억8450만원, 기증자료 수집 사업에 1억3581만원 등 이들 5개 사업에 총 15억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런 업무가 모두 도서관의 고유 업무로, 이를 모두 하청으로 처리하는 것은 도서관의 기본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유승 중앙대 교수(문헌정보학)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기본 업무를 외주에 맡겨 결과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덕성여대 교수(문헌정보학)도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정부기관 인력감축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외주를 주지 말았어야 할 업무까지 외주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 업무가 ‘외주화’하면서 일자리의 질도 급격히 낮아졌다. 용역을 준 5개 업무에 투입된 인력 70여명은 모두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청년 인턴이나 계약직 등으로 채용된 뒤 국립중앙도서관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표 도서관이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고유 업무를 대부분 청년 인턴이나 계약직 사서에게 떠맡기고 있는 셈이다.

용역업체에 고용된 이들은 대체로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전공한 사서자격증 소지자이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100만~11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도서관학을 전공한 한 구직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를 이런 식으로 뽑는데 다른 곳에서 무얼 바라겠느냐”고 말했다.

5개 용역 사업을 모두 낙찰받은 용역업체인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 재단은 2006년 국립중앙도서관 소속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30만~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재단을 만들 당시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관리부장 출신이 원장을 맡았고, 현직이던 자료관리부장도 이사를 맡았다. 당시엔 사무실도 도서관 안에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직 국립중앙도서관 사무관이 이 재단 사무국장으로 부임해 1월까지 근무했다. 한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은퇴하신 분들의 일자리를 확보해주면서 입맛대로 위탁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재단”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임승양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장은 “국립중앙도서관 입찰은 조달청을 통해 공정한 과정을 거쳐 낙찰받은 것”이라며 “다만 도서관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진흥원 입장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이 당연히 자신들이 해야 할 기본 업무를 외주로 발주하면서 월급 100만원에 불과한 계약직 사원만 쓰려고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쪽은 “현재 도서관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행정안전부의 신규 채용 불허로 직원을 뽑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외주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임지선 이유진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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