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문건’ 연루 인사중
조선 사주일가만 비켜가
진술 번복·삭제 가능성도
조선 사주일가만 비켜가
진술 번복·삭제 가능성도
‘성접대 강요’ 의혹을 제기한 탤런트 장자연씨의 자살 배경을 밝히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던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유독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의 행적만 외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장씨가 남긴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란 글귀가 있고, 장씨 유가족이 고소한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 회사 사주의 통화기록까지 조회했으면서도, 정작 참고인 조사를 받은 여러 사람이 거명한 ㅂ씨에 대해선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 3월7일 목숨을 끊은 장씨는 ‘언론계와 금융계의 인사들에게 술접대와 성상납을 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남겼고, 문건이 공개되자 경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선언했다. 경찰은 문건에 등장한 5명과, 장씨 유족이 고소한 언론계·금융계 인사, 기업가 7명 등 12명은 물론이고 전혀 언급되지 않던 각계 인사 60여명까지 찾아냈다. 연예인 등이 자주 드나들었던 유흥업소의 신용카드 전표까지 뒤져가며 장씨와 연관된 이들을 이 잡듯 뒤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27곳을 압수수색했고, 통화기록 조사 14만여건, 계좌추적 및 신용카드 사용 명세 조사 955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10개 화면 분석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엔 장씨와 옷깃만 스쳤어도 조사했을 정도였다”며 “당사자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주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인사가 조선일보 사주의 일가인 ㅂ씨와 장씨의 친분에 대해 진술했는데도, 경찰이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은 석연치 않다. 그물망처럼 짜인 촘촘한 수사를 오직 한 사람, ㅂ씨만 비켜간 셈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했던 경찰관은 “이 인사가 ㅂ씨 관련 진술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참고인 조사 내용을 확인하려면 당시 진술서 등 수사기록을 찾아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해당 참고인이 당시 ㅂ씨와의 친분 등을 고려해 자신의 진술 내용을 번복하거나 경찰관에게 삭제를 요청했으면, 수사기록에 남아 있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진위 확인을 위해선 당사자들의 대질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장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과 수사 단서가 나오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