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포르노 동영상 같은 음란물을올려놓고 이를 내려받을 수 있는 P2P(개인대개인) 파일 공유서비스의 운영자에 대한입건 여부를 놓고 경찰내에서 법적용이 엇갈려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음란물 유포를 알고 있으면서 이익을 챙긴 P2P 운영자를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흉기로 살인을 하면 흉기를 만든 사람도 처벌해야 하느냐'는 식의 논리를 앞세워 사법권 남용과 자의적 법해석을 우려하는 시각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환경을 오염시키고 청소년 정서를 해치는 주범인 음란물의 무분별한 유포에 대한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물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법정으로까지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의 엇갈린 법적용 =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일 P2P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음란물을 네티즌에게 유포하도록 고의로 방조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 법률 위반)로 운영업체 대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공교롭게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도 P2P 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다른 네티즌이내려받을 수 있도록 음란물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 법률 위반)로P2P 서비스 회원 275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입건했다. P2P 서비스 운영자를 입건하지 않은데 대해 종로경찰서 측은 "음란물 유포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수만개의 파일이 교환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이를 감시하기는 어렵다"고 불입건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P2P 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이 교환되는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만' 명백한 형사상 책임은 이를 직접 교환한 네티즌에게만 지울 수 있다는 것으로 서울경찰청에 비해 다소 소극적으로 법적용을 한 셈이다.
수사를 담당한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오늘 서울경찰청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P2P 서비스 업체 대표에 대해 2년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벌여 검찰로 송치했지만 무혐의 결정이 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입건된 P2P 운영업체 대표는 모니터요원까지 뒀고 이를 통해 음란물 교환을 감시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고의로 방치한 책임이 있고 피의자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P2P 서비스인 `모피어스'에 대한 유죄판례까지 들어 P2P 서비스를 통한 음란물 유포에 적극적인 법적용을 주장하면서 "음란물유포 통로가 되는 포털사이트에 책임을 묻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의 시각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P2P 운영자뿐 아니라인터넷망을 제공한 KT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까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법부 판단도 `그때그때 달라' = P2P서비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소리바다'에 대해 현재까지 법원이 내린 판단은 `형사상 무죄, 민사상 유책'이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MP3 파일을 교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소리바다 운영자에대해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작권자 허락없이 MP3 파일을 내려받은 이용자의 행위는 복제권 침해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통고받아 알게된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부는 같은 달 소리바다 운영자에 대해 "저작권자의 사전동의 없이 음악파일을 교환하도록 한 것은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한다"며 저작권자에게 손해배상하라고 선고했다. P2P 서비스를 통해 유포되는 콘텐츠가 음란물이냐 저작권을 침해한 MP3 음악파일이냐만 다를 뿐 다른 사람에게 유포해선 안되는 불법 콘텐츠라는 점에서 소리바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참고해 볼 만하다.
앞서 대법원은 2003년 12월 P2P 방식은 아니지만 `웹하드' 방식의 E사이트가 회원들이 음란물을 올리고 내려받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매출을 올린 데 대해회원과 공모해 음란물을 배포한 것으로 인정, 유죄판결했다. 그러나 이 판례는 P2P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중앙집중적인 웹하드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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