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안기부 엑스(X)파일’ 보도 사건 판결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계가 특히 반발한 지점은 ‘공익’을 내세운 판결 이유다. 대법원은 <문화방송>(MBC)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불법도청된 내용을 굳이 공개할 만큼 공익적이지 않으며, 8년 전 일이라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항제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매우 충격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권력-자본-언론이 유착한 한국 사회의 부패 실태를 고스란히 담은 ‘엑스파일’이 보도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공익적으로 더 후퇴했을 것”이라며 “국민 상식과 크게 괴리된 법원 판결이 오히려 공익이 설 자리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18일 논평을 내어 “대법원은 거대 재벌 기업과 거대 족벌신문의 ‘자본-언론 유착’, 정치권력과의 유착 기도, 검찰 수뇌부는 물론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을 받아온 의혹 등은 공공의 이익이나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권력 앞에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는 판결’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승호 문화방송 피디는 “이번 판결은 언론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일정 수준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법률적 선을 그은 셈”이라며 “결국 언론의 권력견제 기능을 약화시켜 기득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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