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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람티끼’의 한국인 남편을 찾습니다

등록 2011-03-21 20:30

무라야마 야스후미
무라야마 야스후미
베트남전 상처 찍다 ‘한’ 느껴
서울행 마다않고 ‘탐정’ 노릇
“꼭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
[이사람] 라이따이한 ‘가족상봉’ 나선 일본인 사진가 무라야마

라이따이한의 혈육을 찾아주려는 한 일본인의 분투가 눈물겹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포토 저널리스트 무라야마 야스후미(42·사진)는 최근 두번째로 한국에 왔다. 베트남 중부 꾸이년에서 만난 람티끼(68) 가족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람의 남편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인 차아무개(77)씨를 찾으려고 온 것이다.

그는 1998년부터 베트남전이 남긴 상처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왔다.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장애인, 어린 에이즈 환자들, 아동 노동…. 2007년과 2009년엔 호찌민 전쟁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찍으며 전쟁의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태어난 라이따이한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느꼈다. 자신도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971년 베트남에서 결혼하던 무렵의 람티끼(왼쪽)와 한국인 남편 차아무개(오른쪽)씨. 남매를 낳은 뒤 한국으로 돌아갔던 남편은 75년 이후 연락이 끊겼다.
1971년 베트남에서 결혼하던 무렵의 람티끼(왼쪽)와 한국인 남편 차아무개(오른쪽)씨. 남매를 낳은 뒤 한국으로 돌아갔던 남편은 75년 이후 연락이 끊겼다.
차씨에 대한 실마리는 많지 않았다. ‘34년생, 베트남전 당시 미국 전기회사 피엔아이 퍼시픽(PNI Pacific)의 기술자로 후에 후바이 공항에서 근무, 당시 한국 주소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XX-XX번지.’ 그는 지난해 11월 첫 방한 때 돈암동 주민센터를 찾아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탐정처럼 동네 편의점, 부동산중개소, 구두가게 등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10년 전부터 해당 주소지엔 아무도 살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이번 방문길엔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들러 37년 전 그 주소지 부근에 살던 사람들의 정보공개를 부탁했다. 역시 거절당했다. ‘베트남 참전유공 전우회’에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또다른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람은 차씨가 다니던 회사의 식당에서 일하다 사랑에 빠졌다. 71년 결혼했고 아들과 딸을 낳았다. 차종호아(40)·종희(37)씨다. 종전 직전 한국에 돌아간 차씨는 75년 편지와 함께 2000달러를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당시 40대 안팎이던 차씨에게 이미 한국의 처자식이 있었는지, 나중에 결혼을 했는지 여부도 모른다. 람은 차씨를 잊지 못해 지금껏 재혼하지 않았다. 남편을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92년 한-베트남 재수교 이후에도 먹고살기 바빠 찾아보지 못했다. 현재 람은 거리에서 로또 복권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라야마는 다음엔 미국으로 건너가 차씨가 근무한 ‘피엔아이 퍼시픽’ 전기회사의 직원 자료를 수집할 생각이다. 물론 그 전에 <한겨레> 독자들의 제보로 차씨를 찾기 원한다. 40년이 다 돼가도록 ‘이산가족 상봉’을 못한 숱한 라이따이한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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