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마을> 그림 이동 경로
‘학동마을’ 일반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갤러리
그림경로 불분명한 상황서 ‘뇌물수수’에 주목
그림경로 불분명한 상황서 ‘뇌물수수’에 주목
검찰, 국제갤러리 압수수색
“그림을 본 적도 없고 <학동마을>이란 제목조차 생소하다.”(2009년 1월)
“(<학동마을> 그림은) 당시 비서에게 지시해 서미갤러리에서 500만원을 주고 사왔다.”(2011년 2월)
‘그림 로비’ 의혹의 핵심 물증인 <학동마을>을 대하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태도는 2년 새 이렇게 바뀌었다. ‘돈을 주고 정당하게 구입했다’는 진술은 한 전 청장이 미국에 머물던 2009년 11월, 그의 비서였던 국세청 직원 ㅈ씨에게서 먼저 나왔다. 2009년 11월, 안원구 전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쪽에서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을 갤러리에서 상납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한 직후였다. 현직 세무서장인 ㅈ씨는 기업들에서 ‘고문료’를 걷어 미국에 있는 한 전 청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검찰이 지난 주말 국제갤러리를 압수수색한 것은, 한 전 청장이 주장하는 <학동마을> 입수 경위부터 강한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갤러리는 요절한 최욱경 화백의 유작을 주로 거래하는 곳이다. <학동마을>이 일반에 공개된 마지막 시점도 2005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최욱경 20주기 회고전’이었다. 국제갤러리 쪽은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학동마을>은 2005년 개인 소장자가 들고 와 전시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전시가 끝난 뒤 소장자가 가져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 소장자가 누구인지, 그에게서 어떻게 서미갤러리를 거쳐 그 그림이 한 전 청장에게 건너갔는지는 밝혀진 내용이 없다. 검찰은 지난 3일 서미갤러리를 압수수색해 미술품 판매 전표 등을 확보했지만,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을 이곳에서 구입했다는 물증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동마을>의 이동 경로가 이처럼 불분명한 상황에서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그림을 받았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에게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혐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갤러리는 2004년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때 조사4국장이 바로 한 전 청장이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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