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는 어떤 곳
서울 가회동과 청담동에 있는 서미갤러리는 재벌가 여성 같은 부유층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외국 그림을 공급하는 곳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서미갤러리는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이 폭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소장했다는 의혹을 받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716만달러(약 86억원)짜리 초고가 그림 <행복한 눈물>의 유통경로로 서미갤러리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세간의 관심과 기억에서 잊혔던 이 서미갤러리가 최근 검찰의 동시다발적인 수사로 다시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가 수사중인 오리온 비자금 사건에서, 서미갤러리는 미술품 매매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의 통로로 의심받고 있다. 또 같은 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가 수사중인 ‘한상률 의혹’ 사건에서는 한 전 청장이 ‘그림 로비’의 핵심 물증인 <학동마을>의 구입처로 서미갤러리를 지목했다. 특수2부와는 별개 사건으로, 20일 정도 늦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금융조세조사3부는 추가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특수2부가 이미 가져온 압수물을 분석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국내 대형 갤러리가 이렇게 빈번하게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이유를, 화랑계의 한 인사는 “미술시장이 비자금 세탁과 은폐에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미술품은 관세가 없는데다, 소장자 개인의 안목과 취향에 따라 작품 가치가 산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비자금을 문화적 외피로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미술시장이 아직 영세하기 때문에 화랑주들이 재벌이나 권력자의 미술품을 수집해주면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고액의 미술품 구입을 소리 나지 않게 중개하고 비자금까지 세탁해주는 ‘집사’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미갤러리의 홍송원 대표는 홍라희씨가 선호하는 미니멀 취향의 서구 거장들 작품을 조용히 조달해주면서 끈끈한 신뢰관계를 쌓았고, 삼성가의 신작 컬렉션과 가구 수집 등에도 관여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수2부가 <학동마을>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고 지난 주말 압수수색한 국제갤러리도 과거 삼성의 비자금이 유입돼 특검의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서미갤러리와 ‘닮은꼴 화랑’으로 꼽힌다.
김태규 노형석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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