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대표와 한상률씨가 주장하는 ‘학동마을’ 이동경로
한상률 주장과 일치…검찰은 ‘입맞추기 가능성’에 무게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이 벌였다는 ‘그림 로비’ 의혹의 핵심 물증인 <학동마을>의 원 소장자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라는 미술계의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주장이 갤러리 대표들끼리의 입맞추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
신병 치료를 위해 외국에 머물고 있는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5년 ‘최욱경 회고전’ 때 <학동마을>을 서미갤러리에서 가져와 전시했다”고 말했다. 애초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진 2009년 1월에 이 대표는 “<학동마을>은 2005년 ‘개인 소장자’가 들고 와 전시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전시가 끝난 뒤 소장자가 가져갔다”고 말했지만, 그 개인 소장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에 실제 소장자가 홍 대표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 홍 대표가 <학동마을>의 소장자가 자신이라는 걸 밝히지 말아달라고 사정해서 언론에는 그냥 ‘개인 소장자’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은 “<학동마을>을 서미갤러리에서 500만원 주고 샀다”는 한 전 청장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다. <학동마을>은 2005년 국제갤러리가 주최한 ‘최욱경 회고전’ 때 일반인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됐다가, 2009년 1월 그림 로비 의혹이 폭로되면서 한 전 청장이 이 그림을 소장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 그림을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했다고 주장했지만, 개인 소장자에게서 서미갤러리로 건너간 과정은 여전히 불분명했다. 그러나 원 소장자가 홍 대표였다고 한다면, ‘국제갤러리→서미갤러리→한상률’로 이어지는 <학동마을>의 이동 경로가 분명해진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지난 19일 서울 소격동의 국제갤러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들의 주장에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던 2004년 말, 국제갤러리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 무마 대가로 이 그림을 건네받았다는 의혹까지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한 전 청장에게) 그림을 뇌물로 썼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규 노형석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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