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연합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4·2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값 등록금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학생총회·서명운동 등 위축됐던 대학집회 재점화
시민사회와 ‘연합’ 확산…선거판 주요의제 가능성
시민사회와 ‘연합’ 확산…선거판 주요의제 가능성
가파르게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꺼져버린 듯했던 대학생들의 ‘저항과 연대의 움직임’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위축됐던 대학의 집회문화가 최근들어 등록금 인상을 계기로 눈에 띄게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특히 등록금 문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의 무상급식 이슈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선거판을 흔들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아 주목된다.
경희대는 지난달 24일 학생총회를 열어 등록금 3% 인상안을 철회시켰다. 6년 만에 열린 총회엔 1895명의 학생이 참석했고, 이후 대학가 연쇄 총회 개최의 기폭제가 됐다. 박병권 경희대 총학생회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예전에 3~4천명 수준이던 (등록금 인상반대) 서명운동 참여자가 이번엔 6850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동안 쌓여온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도 지난달 31일 2천여명이 동참한 학생총회가 열렸고,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오는 4일부터 일주일간 필수 과목인 채플(기독교 학교의 예배 모임) 수업 거부를 결의했다. 류이슬 이대 총학생회장은 “5년만의 학생총회였고, 2천여명이란 숫자도 이대 학생총회 역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학생 3천여명이 모여 3년만에 총회를 열었던 인하대는 3.95%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다음달에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촛불대회 개최도 추진중이다. 서강대도 지난달 30일 무려 22년만에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지난달 31일 학교의 2.9% 등록금 인상안에 반발하며 점거 농성을 의결한 고려대 학생들은 4일 오전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취업난 속에서 ‘스펙 쌓기’와 등록금 마련을 위한 휴학 및 아르바이트에 열중했던 학생들이 꼭꼭 참았던 목소리를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꿈틀거림에는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정책과 청년실업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간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지만 등록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이 대통령은 ‘남의 탓만 하면 성공 못한다’(지난해 10월 부천대학 방문 때)는 식의 훈계만 했다”며 “청년실업과 고액의 등록금에 허덕이는 학생들의 분노 수준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특히 고조되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열기는 대학가에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잇따라 탄생한 데 힘입은 바도 크다. 경희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 등에서 새로 탄생한 총학생회는 등록금을 둘러싼 학생들의 분노를 한 데 묶어내는 촉매제가 됐다.
등록금을 고리로 한 학생-학교-학내 노동자-시민사회 간 연대도 확산되고 있다. 경희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분 3% 중 2%는 돌려받되 나머지 1%를 교내 청소노동자와 시간강사 지원에 쓰도록 학교 쪽과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자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등록금 문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촉발되면서 대학들간의 연대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등록금 문제를 학교 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교마다 설치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추천 위원으로 시민사회 쪽 인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사례(경희대·고려대·서울대·성공회대 등)도 늘어나고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시민대학생 대회’는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이 각 대학교별 ‘각개전투’가 아닌 시민사회까지 결집하는 ‘연합전선’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진걸 간사는 “현 정부가 치솟는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한 학생들의 투쟁 열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문영 송채경화 기자 moon0@hani.co.kr
최근 5년간 학생 1인당 대학 등록금 변동 추이
각 대학교마다 설치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추천 위원으로 시민사회 쪽 인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사례(경희대·고려대·서울대·성공회대 등)도 늘어나고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4·2 반값등록금 시민대학생 대회’는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이 각 대학교별 ‘각개전투’가 아닌 시민사회까지 결집하는 ‘연합전선’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진걸 간사는 “현 정부가 치솟는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한 학생들의 투쟁 열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문영 송채경화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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