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검찰, 이상득-안원구 만남 알고도 조사 미적
박연차 수사 이어 또 ‘형님 봐주기’ 뒷말 무성
박연차 수사 이어 또 ‘형님 봐주기’ 뒷말 무성
한상률(58)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가 한 전 청장의 연임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6·사진) 의원을 대면(직접)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6일 밝혀졌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연임 로비를 해줬다”고 주장한 안원구(51·수감중) 전 국세청 국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 이 의원을 방문한 기록을 확인하고도, 이 의원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연차 로비’ 수사에서도 이 의원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어, ‘형님 봐주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형님’은 소환조사 예외? 검찰은 안 전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던 2008년 1월22일 오전, 국회 본관에 있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실을 찾은 방문기록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국장은 2009년 11월 한 전 청장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 의원을 만나 ‘한 청장은 전 정권 사람이지만 원만하고 통솔력이 있어서 유임시켜도 좋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은 “이 의원의 아들 지형씨와 친분이 있어 이 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이런 진술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을 위해 뛰었다는 ‘연임 로비’ 의혹의 중요한 사실관계이고, 특히 한 전 청장의 ‘3억 요구설’과도 어떤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하기도 어려운 부분인데 이 의원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 의원 관련 사안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수사 결과 발표 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 공소장에 숨겼다가 ‘망신’ 검찰은 ‘박연차 로비’ 수사 당시에도 로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거명된 이 의원을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추부길(55)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이 의원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내용의 청탁 전화를 여러 차례 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냈다.
또 검찰은 천신일(68·수감중) 세중나모 회장이 이 의원에게 청탁 전화를 여러 차례 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공소장에는 이 의원 부분을 쏙 빼고 한상률 청장에게 로비 전화를 한 사실만 기록했다. 이 의원도 청탁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알선수재죄로 기소된 천 회장의 1심 법원 판결문을 통해서였다. 당시 대검찰청은 “이 의원을 서면 조사했으며, 참고인 조사 사항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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