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검은머리 외국인’ 서남표의 신자유주의식 교육 개혁의 종말
7일 카이스트에서 올들어 4번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대학에 경쟁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서남표(75) 총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세다. 성과를 지상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를 교육에 도입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다. 그동안 서 총장이 몰고온 바람을 ‘서남표 신드롬’으로 높게 평가하며 힘을 실어준 보수 언론들의 책임도 간과하기 어렵다.
서 총장은 18살 때 미국으로 유학가 메사추세츠 공대(MIT), 카네기멜론대 등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해외파 학자다. 그는 메사추세츠 공대에서 교편을 잡아 학과장까지 역임하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로 지내는 등 명성이 높았다.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이다. 미국식 경쟁원리를 체득하고 있는 ‘검은 머리 미국인’인 셈이다. 실제로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카이스트의 총장으로 취임한 뒤 ‘세계 최고의 대학’을 목표로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강의 평가가 나쁜 교수는 강의에서 제외시켰고, 연구 실적이 좋은 교수는 더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 정년보장 심사에서 신청 교수의 43%가 탈락해 파란을 몰고 오기도 했다.
학생들도 변화를 맞았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이뤄졌다. 한국 과학 영재 육성을 취지로 전액 국비로 면제되었던 등록금도 선별적으로 납부하게 되었다. 학점이 3.0 이하면 최고 1500만원까지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내도록 한 ‘차등 등록금제’의 도입이다. 2010학년도 입시에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격적인 경쟁 시스템 도입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많은 반발을 낳았다. 그러나 서 총장은 특유의 저돌성으로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였다. 그의 개혁이 상당 부분 성과를 올린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로 극한의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서열의 구렁텅이’가 안에 잠재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서 총장이 정력적으로 미국식 경쟁원리를 도입했을 때 ‘한국 대학을 바꾸는 신선한 충격’으로 열렬히 환호해온 언론의 책임도 간과하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서남표 KAIST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2007.12.1)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 정상급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서 총장식의 개혁이 해법임을 강조했다. 당시 서 총장 방침에 반발하는 학생들에 대해선 “변화를 거부하고 예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사설은 “국가가 그간 KAIST 학생들이 학비를 안 내도 되도록 재정 지원을 했던 데엔 국가 경제의 기둥이 돼 달라는 뜻이 있다”며 “그런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세금을 내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지난해 6월 ‘KAIST 서남표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국민은 서 총장만큼 대학개혁 성과를 내놨던 총장을 떠올리기 힘들다”며 “서 총장이 추진했던 개혁은 그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는 2007년 10월 ‘금주의 인물’ 코너에서 서 총장을 다루며 “경쟁원리를 강조하는 그의 눈빛에서 새로운 서광을 읽을 수 있었다”며 “파격적 개혁 조치도 밀어붙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인간 불도저”라고 추켜세웠다.
<중앙일보>는 2008년 대학을 줄세운 ‘중앙일보 대학평가’ 특집 기사에서 ‘서남표식 개혁’을 극찬했다. 신문은 서 총장의 개혁 세례를 받은 이들을 ‘서남표 세대’로 일컫고, 이와 같은 정책이 카이스트의 대학 평가를 크게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카이스트는 <중앙일보>의 평가에서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다. 신문은 특히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해 초반에 강한 반발이 일었지만 설득을 통해 카이스트는 변화했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서 총장의 예상은 적중했다”고 썼다. 그러나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등 비극이 잇따르자 <중앙일보>는 사과 한마디 없이 낯빛을 바꿨다. <중앙일보>는 ‘KAIST 학생 자살 비극과 교육 본질’(2011.4.1)이라는 최근 사설에서 “경쟁도 좋지만 열정과 창의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게 대학 존립의 목적”이라고 적었다. 8일치 신문에서 차등 수업료를 폐지하기로 한 카이스트의 결정을 전하며 “조금만 더 일찍 결정됐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날치 신문에서 4번째 자살 소식을 전하면서 이러다 서남표 개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 일관된 행보를 유지하려 애썼다. 서 총장의 취임 뒤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죽음으로 경쟁원리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자 사회 각계에서 지탄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불도저식’ 개혁을 높이 평가했던 보수 언론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 담론’에 대한 성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중앙일보>는 2008년 대학을 줄세운 ‘중앙일보 대학평가’ 특집 기사에서 ‘서남표식 개혁’을 극찬했다. 신문은 서 총장의 개혁 세례를 받은 이들을 ‘서남표 세대’로 일컫고, 이와 같은 정책이 카이스트의 대학 평가를 크게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카이스트는 <중앙일보>의 평가에서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다. 신문은 특히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해 초반에 강한 반발이 일었지만 설득을 통해 카이스트는 변화했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서 총장의 예상은 적중했다”고 썼다. 그러나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등 비극이 잇따르자 <중앙일보>는 사과 한마디 없이 낯빛을 바꿨다. <중앙일보>는 ‘KAIST 학생 자살 비극과 교육 본질’(2011.4.1)이라는 최근 사설에서 “경쟁도 좋지만 열정과 창의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게 대학 존립의 목적”이라고 적었다. 8일치 신문에서 차등 수업료를 폐지하기로 한 카이스트의 결정을 전하며 “조금만 더 일찍 결정됐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날치 신문에서 4번째 자살 소식을 전하면서 이러다 서남표 개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 일관된 행보를 유지하려 애썼다. 서 총장의 취임 뒤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죽음으로 경쟁원리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자 사회 각계에서 지탄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불도저식’ 개혁을 높이 평가했던 보수 언론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 담론’에 대한 성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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