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4시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어
유서에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어
최근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10일 교수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카이스트 박아무개(54) 교수가 이날 오후 4시께 대전 유성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주방 가스배관에 붕대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박 교수가 아내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카이스트에도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 3장을 남겼다”며 “최근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서남표 총장과 관련한 내용은 유서에 없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박 교수의 자살 사실이 전해진 뒤 보도자료를 내어 “박 교수가 최근 교과부에서 통보해온 ‘종합감사 결과 처분 요구’에 포함된 연구인건비 등 관련 징계 및 고발 방침을 전해듣고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교과부가 두 달 전부터 카이스트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 교수들에게 출장비 등에 대한 서류를 내라고 했다”며 “박 교수가 이 과정에서 문제가 일부 발생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지난 6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박 교수의 연구인건비 등과 관련한 내용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니 중징계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2월7~18일 연구인건비 등 카이스트 기관 운영 전반에 관해 종합감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박 교수에게 어떤 혐의점이 포착됐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96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해 2007년 영년직(종신교수) 심사를 통과했으며, 생체고분자를 쓰는 약물 전달과 유전자 치료, 조직공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라고 학교 쪽은 밝혔다. 박 교수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고, 올해 시무식에서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도 받았다.
이날 밤 동료 교수와 학생들은 대전 ㅇ병원에 마련된 박 교수의 빈소를 찾았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카이스트에서는 지난 1월 1학년 조아무개(19)씨가 성적 부진 등을 비관해 자살하는 등 올해 들어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서 총장의 ‘경쟁 중심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전/전진식 송인걸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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