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법위배…민간회사 이익에 중점”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 진료정보를 민간 보험사들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보험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의료보험 진료정보를 보험사들에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을 보면, 신규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고지의무 대상에 드는 자신의 과거 5년간 진료정보를 열람하거나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한다. 기존 계약자는 보험금 청구 때 보험 가입 이전의 정밀검사·장기투약 경력을 보험사에 제공한다. 규제개혁기획단은 이런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이 전산망을 구축하고, 보험사 직원 등이 열람하게 하는 계획도 짜고 있다. 다만 정신병이나 성병 등은 ‘사생활 민감질병’으로 간주해 확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규제개혁기획단은 밝혔다. 규제개혁기획단은 “보험 가입 때 알려야 하는 진료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질병을 숨기는 가입자에게 건전한 보험계약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지급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진료정보를 제출한 이들에게 보험사는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진료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개인의 진료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보유목적 외 이용을 금지하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02년에는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정신과 치료 경력을 제공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자료로 이용하다 물의를 빚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건강보험공단 진료정보는 의료기관의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수집하는 것인데, 이를 민간 보험사들한테 넘기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는 기업에 의한 개인감시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도 “보험사들은 고지의무를 어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을 이미 갖고 있다”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특정 진료내역의 당사자가 누군지 식별하기 힘들게 관리하는 등, 진료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더 특별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규제개혁기획단이 민간 보험사들의 요구와 이익에 중점을 두고 있고, 개인 진료정보의 제공으로 보험 가입자의 이익이 커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현재 앓고 있는 병이 아닌 과거 질병을 이유로 한 계약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건강보험공단 자료가 확정된 진단명과 다른 데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규제개혁기획단의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만간 규제개혁기획단에 이 방안의 추진 유보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 진료정보를 민간 보험사들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보험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의료보험 진료정보를 보험사들에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을 보면, 신규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고지의무 대상에 드는 자신의 과거 5년간 진료정보를 열람하거나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한다. 기존 계약자는 보험금 청구 때 보험 가입 이전의 정밀검사·장기투약 경력을 보험사에 제공한다. 규제개혁기획단은 이런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이 전산망을 구축하고, 보험사 직원 등이 열람하게 하는 계획도 짜고 있다. 다만 정신병이나 성병 등은 ‘사생활 민감질병’으로 간주해 확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규제개혁기획단은 밝혔다. 규제개혁기획단은 “보험 가입 때 알려야 하는 진료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질병을 숨기는 가입자에게 건전한 보험계약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지급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진료정보를 제출한 이들에게 보험사는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진료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개인의 진료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보유목적 외 이용을 금지하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02년에는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정신과 치료 경력을 제공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자료로 이용하다 물의를 빚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건강보험공단 진료정보는 의료기관의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수집하는 것인데, 이를 민간 보험사들한테 넘기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는 기업에 의한 개인감시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도 “보험사들은 고지의무를 어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을 이미 갖고 있다”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특정 진료내역의 당사자가 누군지 식별하기 힘들게 관리하는 등, 진료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더 특별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규제개혁기획단이 민간 보험사들의 요구와 이익에 중점을 두고 있고, 개인 진료정보의 제공으로 보험 가입자의 이익이 커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현재 앓고 있는 병이 아닌 과거 질병을 이유로 한 계약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건강보험공단 자료가 확정된 진단명과 다른 데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규제개혁기획단의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만간 규제개혁기획단에 이 방안의 추진 유보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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