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작년부터 내사”…박찬구 회장 “아무것도 모른다”
‘2009년 형제의 난’ 이후 계열분리 갈등과 연관성 주목
‘2009년 형제의 난’ 이후 계열분리 갈등과 연관성 주목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금호석유화학이 회계 부정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두고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이 회사 본사와 관련 거래처 여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금호석유화학 본사에 보내 오후 1시30분까지 4시간30분에 걸쳐 22층 회장 부속실과 경영지원실, 23층 재무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이번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내사를 해왔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오늘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는 압수물 분석 단계라 앞으로의 피의자 소환 일정 등을 자세히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금호 본사는 발칵 뒤집혔다.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관계자는 “왜 압수수색이 들어왔는지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 연차 총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검찰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또다시 ‘격랑’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호그룹은 2009년 7월 박삼구 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계열분리를 목적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대거 사들인 박찬구 회장은 오너 일가의 가족회의를 거쳐 회장직에서 밀려났다가 그해 12월 ‘역전’에 성공한다.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사들였다가 유동성 위기에 놓인 그룹의 금호타이어·금호산업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채권단에서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얻어낸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금호석화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3635억원)을 냈다.
박찬구 회장은 겉으로는 ‘독자 경영’으로 형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화해한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앙금은 남아있다. 금호석화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그룹(기업집단)에서 계열분리해달라”는 신청서를 내며, 금호그룹과의 ‘결별’을 준비중이다. 금호석화는 이미 ‘빨간 날개’ 모양의 그룹 통합이미지(CI)와 그룹 서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아이디티(IDT)가 금호석화를 상대로 “(독자 서버 구축을 위해) 전산 전문인력을 빼가지 말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한달새 금호석화 주식을 더 사들여 지분율(아들 지분 포함)을 14.53%로 늘렸다. 금호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가 계열분리와의 연관성은 없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황예랑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