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네 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최근 교수까지 자살을 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12일 오후 한 학생이 창의학습관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대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카이스트 교수협, 총장 견제 ‘혁신비상위’ 제안
1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책임을 지고 서남표(75) 카이스트 총장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 총장은 “지금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학생 자살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경쟁교육 가속페달이 지나쳐, 결국 5명(교수 1명 포함)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데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총장직을 사퇴하라”고 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5명이 죽었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하지만 서 총장은 “여러 지적 사항을 수용해 개선하겠다”면서도 “우선 당면한 문제를 수습하는 게 급하다. 지금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답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서 총장의 독선적인 학교행정을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며,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을 서 총장에게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 교수들의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는 13일 오후 1시 공개된다.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가 제안한 혁신비상위원회는 총장 지명 부총장 등 5명, 교수협의회 지명 평교수 5명, 학생회 지명 학생 대표 3명으로 오는 15일 구성해 석 달 동안 학교 전반에 대한 모든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혁신비상위의 결정은 총장이 반드시 수용하고 즉각 실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전자공학)은 “회원 교수 510명의 과반인 255명 이상이 찬성하면 곧바로 서 총장에게 혁신비상위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서 총장이 14일 정오까지 답변하지 않거나 제안을 거부하면, 곧바로 총회를 열어 서 총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안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민경, 대전/전진식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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