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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사 늦추고 출금·소환 안하고…‘잘못꿴 첫 단추’…수사한계 못넘어

등록 2011-04-15 21:15수정 2011-04-15 22:45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일지 (2011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일지 (2011년)
한상률 수사결과 발표
한씨 입국 뒤에도 ‘뒷북’ 압수수색·계좌추적 입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결국 재판을 받게 됐다. ‘그림 로비’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폭로된 지 2년3개월 만이다. 의혹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몇 차례나 있었지만, 검찰은 그때마다 이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검찰이 이번에 기소한 한 전 청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이미 2009년 1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이 “한 전 청장이 차장 시절, 인사청탁 명목으로 그림을 선물했다”고 폭로한 내용이다. <학동마을>이라는 뇌물의 물증까지 제시됐는데도 검찰은 “청와대의 의뢰가 들어오면 시작하겠다”며 수사 착수를 미뤘다. 수사의 기본 절차인 출국금지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한 전 청장은 그해 3월15일 미국으로 유유히 떠났다. 한 전 청장이 출국한 뒤 참여연대와 민주당이 그를 수뢰 혐의로 고발했지만, 정부는 그의 강제송환 요구에 ‘불가’ 입장만 되뇌었다. 법무부 장관이 바뀌어도 “범죄 혐의를 발견할 수 없다”(김경한), “아직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만큼 구증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이귀남)는 해명은 바뀌지 않았다.

2009년 11월에는 △한 전 청장이 연임 로비를 부탁하는 한편 정권 최고위층 상납용 로비자금 3억원을 요구했고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에 참여를 지시했다는, 안원구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폭로가 나오면서 잊혀졌던 ‘한상률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다. 검찰은 수사를 재개했지만 한 전 청장의 최측근 국세청 직원 장아무개씨를 불러 “한 전 청장의 지시로 <학동마을> 그림을 서미갤러리에서 500만원 주고 샀다”는 진술을 받는 데 그쳤다.

검찰은 지난 2월24일 자진입국한 한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하며 수사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의 집을 나중에야 압수수색하고, 뇌물 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도 언론의 지적이 있고 난 뒤에야 착수하는 등 거듭 ‘한계’를 드러냈다. 검찰의 이런 소극적인 수사 태도는, 한 전 청장과 정권의 ‘교감설’을 더욱 부추겼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의 불화설까지 나도는 가운데,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은 휴일인 지난 3일 기자실에 들러 “들여다봤자 뻔한 거 계속 들고 있는 건 내가 정리해줘야 한다”며 이 사건 수사의 조기종결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부패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출국금지를 하지 않아 순순히 미국으로 내보내고 강제송환하지도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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