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인디고서원 뒷마당에서 열린 ‘정세청세 2011년 첫번째 토론회’에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모둠 발표를 함께 들은 뒤 박수 치고 있다.
정세청세 제공
청소년 서점 ‘인디고’서 출발한 토론모임 ‘정세청세’
직접 기획·참가 올해로 5년째…전국서 600여명 몰려
직접 기획·참가 올해로 5년째…전국서 600여명 몰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으로 널리 알려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인디고서원에 지난 9일 오전 11시께 중·고교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접수대에서 이름표를 받아든 학생들은 바로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학생 80여명은 영상물이 상영되는 20분 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학생들은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건물 뒷마당에 모였다. 10여명씩 모둠을 지어 의견을 주고받았다. 서로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토론이 뜨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2시간여 토론을 마친 뒤 무대 앞쪽에 나가 커다란 흰 종이에 함께 그린 그림과 함께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들은 격려하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날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던 학생들은 모처럼 또래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햇볕 아래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토론회는 청소년 토론단체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가 마련했다. 올해 예정된 8차례 정기 토론회 가운데 첫번째였다. 나머지 7차례는 5월부터 12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정세청세는 2007년 인디고서원의 단골 청소년들이 만들었다. 획일적인 입시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 청소년들만의 소통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상대를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해주는 따뜻한 세상을 청소년들부터 만들어나가자는 뜻도 있다.
이혜진(19·고3)양은 “같은 문제를 나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며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며 잘 들어주고, 상대방의 질문에 소리내어 또박또박 대답하는 좋은 습관이 덤으로 생겼다”고 자랑했다.
토론회에 먼저 참가한 경험이 있는 100여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3~4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어 토론 주제와 토론 날짜 등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고교 때 정세청세 토론에 참가한 뒤 대학생이 된 선배 10여명이 뒤에서 지혜를 보태고 있다.
기획팀은 학교와 학원에 쫓기는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해 4~12월 매달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한차례씩 토론회를 연다. 또 교양도서를 읽기 어려운 학생들이 토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영상물과 자료를 준비한다. 토론 주제는 만날 때마다 달라진다. 올해는 ‘정의와 희망’, ‘평등과 다양성’, ‘자유와 자기실현’, ‘공동체와 민주주의’, ‘생명과 자연’, ‘아름다움과 사랑’, ‘공동선을 향하여’ 등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정세청세 토론회는 전국에서 동시에 열리는 대표적인 청소년 토론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첫해인 2007년에는 부산에서만 열렸지만, 올해는 서울·부산·인천·대구·울산·전주·청주·순천·강릉·거제·제주·합천 등 전국 12곳에서 열리고 있다. 참가 인원도 2007년에 평균 50여명이었는데, 9일 열린 올해 첫 토론회에는 전국에서 6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부터는 찾아가는 토론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초·중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올해는 서울 송파구 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송파구 지역아동센터의 학생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다. 유진재(22·대학 3년) 정세청세 총괄기획팀장은 “소문을 듣고 참가자들과 참가 지역이 나날이 늘고 있는 건 그만큼 청소년들이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지난해부터는 찾아가는 토론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초·중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올해는 서울 송파구 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송파구 지역아동센터의 학생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다. 유진재(22·대학 3년) 정세청세 총괄기획팀장은 “소문을 듣고 참가자들과 참가 지역이 나날이 늘고 있는 건 그만큼 청소년들이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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