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동성고 재학 이병태씨
“좋은나라 만들어달라” 당부
“좋은나라 만들어달라” 당부
“그날 오전 동성고 학생들 수백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민주주의 사수하자’, ‘자유 대한민국 만들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동숭동에서부터 광화문 경무대(옛 청와대) 앞까지 갔어요. 우리 또래였던 김주열의 죽음에 의분을 느꼈고, 4월18일엔 고대생들이 정치깡패들한테 맞은 사건이 벌어졌어. 경무대 어귀 50~100m쯤 갔는데 대낮에 경찰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어요. 바로 내 옆, 내 앞 친구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을 봤지. 그리고 그날 저녁에 계엄령이 선포됐어요.”
화창한 토요일이었던 16일 오후,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정문 인근에 걸음을 멈춰선 중고생들이 호영송(69·소설가)씨와 이병태(69·치과의사)씨의 열띤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4·19 민주올레 현장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이었다. 호씨와 이씨는 동성고 3학년 재학시절 4·19 혁명에 직접 참여한 이들로 역사교육을 위한 설명 도우미 구실을 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책도 많이 보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나라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이날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학부모 900여명은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옛 서울대 문리대 터)에 모여 역사탐방을 시작했다. 마로니에공원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교수단 시위대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역사탐방은 서울 성북·종로·동대문·중구 일대에 있는 4·19 역사유적지가 포함된 길을 걸으며 안내자들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네 코스(각 5㎞)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4·19 올레길 4개 코스에는 시위에 참여했던 동성고 이외에도 최기태 열사 사망 장소인 문화일보사(옛 동양극장), 부상자들이 치료받았던 국립의료원, 합동장례식이 열렸던 동대문운동장 등 20곳이 포함됐다. 종로5가 한일빌딩(평화극장 터)에서 정치깡패 임화수와 이승만 정권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는 김아영(덕성여대 4학년)씨는 “중고생들이 먼 역사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며 “아르바이트 삼아 가볍게 일을 시작했는데 4·19에 대해 더 알게 되는 등 뜻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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