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검ㆍ경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아동학대 혐의 승려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수차례 반려한데 이어 주가조작 혐의로 재신청한 영장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 S사찰 내 무인가 복지시설에서 아동 10여명을학대한 혐의로 사찰 예비여승 N씨에 대해 은평경찰서가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이날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N사찰 내 보육시설ㆍ아동에 대한사진증거 확보와 N씨 예금계좌에 대한 추가 확인 등을 이유로 보강수사를 지시했지만 N씨는 이를 틈타 지난달 30일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검찰이 N씨 신병확보를 위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외에도 당초 아동학대 고발을 접수받은 뒤 신청한 체포영장도 기각했으며, 2차례나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러 갔지만 당직검사 등이 접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N씨에 대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접수했지만 당직검사인 최모검사가 "사전영장인데 오늘 왜 가져오냐. 최초 지휘를 맡은 검사와 상의해 신병지휘를 받으라"며 구두 지휘로 영장 접수를 거부했다는 것.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N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인 뒤 영장을 신청하러 갔지만 당시 검찰 직원이 야간에 사전영장을 접수받는 일이 없다며 영장 접수 자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코스닥 상장기업의 주가를 조작, 61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서초경찰서가 지난주 환경업체 D사 회장 배모씨 등 4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달 경찰이 배씨 등 7명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신청한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고, 배씨 등 4명에 대해 보완수사를, D사 재정관리부장 민모씨 등 3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토록 각각 지휘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배씨 등 4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재기각했으며, 이번에는 보완수사가 아닌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출석하고 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불구속 수사로 피의자들이 입을 맞췄을 것인데 정상적으로 출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며 "돈이 오간 계좌도 확인됐고 주변 진술로 판단할 때 배씨가 주범이 확실한데 불구속 수사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명확한 구속 사안인데도 불구속 수사를 하라니 이런 수사 지휘는 처음이라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며 "불구속 지휘를 다시 내린 것은 사실상 검찰에서신병 처리를 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하자 이번 사건을 조사한 김모형사는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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