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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은퇴기 맞은 ‘개척 1세대’ 목사들 후임 찾는 형식으로 퇴직금 마련

등록 2011-04-19 20:09수정 2011-04-19 21:54

최근 5년간 매매증가 왜
부임지 찾는 젊은 목사들도
손쉬운 후임자 자리 더 원해
신도들도 문제제기 금기시
목사들이 교회와 후임 자리를 사고파는 것은 최근 몇년 사이 한국 개신교계에 나타나고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렇게 교회 매매가 성행하는 배경으로, 한국 개신교 발전의 역사적 맥락과 목사들의 세대교체, 목회자 포화 현상 등을 꼽고 있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해방 이후 1970~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이 시기에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들의 탁월한 지도력이 교회 부흥에 큰 구실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08년 개신교 단체는 125개로, 교회는 5만8612개, 목사는 9만5596명에 달했다.

70년대 이후 교회 개척에 나섰던 목사들은 40여년이 지난 현재 퇴임하거나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목사들의 퇴직 이후 노후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또 교회보다 목사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면서, 목사들이 부임지를 찾기 어려워졌다. 개신교계에서는 이 두 문제가 맞물리면서 교회 매매나 후임자 자리 사고팔기와 같은 왜곡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교회가 은퇴하는 목사에게 ‘퇴직금’을 줄 형편이 안 되다 보니, 은퇴하는 목사가 교회에 손을 벌리기보다는 자리를 구하지 못한 목사를 후임으로 받아들인 뒤 후임 목사한테서 헌금 형식의 퇴직금을 받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5년여 전부터 후임자를 찾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는데, 당시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들의 은퇴 시기와 맞물린다”고 설명했다.

한국 개신교 교회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는 일도 만만찮다. 특히 최근에는 교회가 대형화하는 추세고 교인들도 큰 교회를 선호하기 때문에 교회를 개척할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목회를 시작하는 목사들은 교회를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교회의 후임 목사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교회문제상담소에서 5년 동안 상담활동을 맡아온 정운형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교인 수 100~200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에서도 (목사가 후임 목사를 통해) 은퇴비 등을 많이 받고 있다”며 “목사도 떳떳하게 생각하고 교인들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회 건물을 팔고 담임목사직도 파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며 “목사들끼리 교인 100명에 1억원씩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개신교계 전문가들은 목사뿐 아니라 교인들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남 사무국장은 “이러한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는 데는 교인들이 교회는 당연히 목사의 것이라고 생각해 특별히 문제제기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인들이 목사의 치부를 들추는 것을 금기시해 덮어두려고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목사의 전횡으로 분란을 겪고 있는 한 교회의 황아무개 집사는 “목회자를 가슴 아프게 하거나 어렵게 하면 벌 받는다는 목사의 말을 듣다 보니, 교인들이 쉽게 목사의 비리를 밖으로 알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 사무국장도 “교인들은 목사의 비리를 알면서도 문제제기하는 것을 꺼린다”며 “목사들이 자신을 하나님의 종으로 ‘우상화’하고, 잘못이 있다면 하나님만이 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후임 목사를 찾는 데 해당 교회 교인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목사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후임 목사를 구할 때 돈을 주고받는 일은 한국 교회의 암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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