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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휠체어 이동 ‘험난한 일상’

등록 2011-04-19 20:12수정 2011-04-19 22:44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버스정류장에서 정은주씨가 272번 저상버스에 타려고 했지만 탑승 리프트가 인도까지 내려오지 않아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버스정류장에서 정은주씨가 272번 저상버스에 타려고 했지만 탑승 리프트가 인도까지 내려오지 않아 타지 못하고 있다.
버스 9대 보내고서야 ‘겨우’
역무원은 도움 청해도 ‘감감’
플랫폼 턱 넘다 문에 끼이고
40여분 거리인데 80분 걸려
19일 장애인의 날…지체장애인과 동행해보니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정은주(35)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반신을 쓸 수 없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집 밖을 나서야 하는 은주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은주씨의 멀고도 먼 외출길과 출근길을 기자가 이틀에 걸쳐 동행해봤다.

저상버스 리프트는 고장
지하철 타고내리기 위험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은주씨는 서울 종로구 계동의 보건복지부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 성북구청 버스정류장 앞에서, 창덕궁 정류장까지 가는 272번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3분 만에 버스가 왔지만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는 탈 수 없는 일반버스였기 때문이다. 9시45분께 기다리던 저상버스가 왔지만 이번에도 허사였다. 운전기사가 뒷문의 휠체어 리프트를 두 차례나 작동시켰지만, 뒷문에서 나오는 리프트 경사로는 인도 턱에 걸쳐지지를 않았다. 기사는 “고장 났나 보네. 미안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은주씨는 “리프트가 고장 나서 3대를 그냥 보낸 적도 있다”며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점검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번째 저상버스를 그냥 보내고 일반버스 8대가 더 지나간 뒤에야 두번째 저상버스가 왔다. 그때가 10시10분. 이번에는 다행히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해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지하철 신당역에서 정은주씨가 6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지하철 신당역에서 정은주씨가 6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20분. 은주씨는 2·5호선 영등포구청역 근처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려고 지하철 6호선 보문역 1번 출구로 나왔다. 보문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은주씨가 역무실로 전화를 걸자 3분 만에 역무원이 나왔고, 리프트를 작동시켰지만 20여개의 계단 아래에 있던 리프트가 올라오는 데만 2분이 걸렸다. 리프트를 두번 타고 플랫폼까지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넘었다. 신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도 세번이나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영등포구청역까지 세 정거장이 남은 홍대입구역에서 은주씨는 영등포구청 역무실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플랫폼이 전동차 출입구보다 7~8㎝가량 더 높아 혼자 힘으로는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동차가 영등포구청역에 도착해 문이 열렸지만 역무원은 나와 있지 않았다. 은주씨는 기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플랫폼 쪽으로 움직였지만 갑자기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는 바람에 문 사이에 끼었다가 겨우 나올 수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역무원은 “일이 바빠서 못 나왔다”며 사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등포구청역 지상으로 올라오니 11시40분이었다. 보문역에서부터 걸린 시간은 1시간20분. 스마트폰 앱에서 안내하는, 보문역에서 영등포구청역까지의 소요시간은 8분의 환승시간을 포함해도 41분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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