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금 1500만원에 추가로 1300만원
‘판사 절친’ 변호사 빌미 또 3000만원
피고인쪽 항의에 “성공보수 더 받아야”
차명계좌 동원…변호사쪽 탈세 시인
‘판사 절친’ 변호사 빌미 또 3000만원
피고인쪽 항의에 “성공보수 더 받아야”
차명계좌 동원…변호사쪽 탈세 시인
농가 부당 보조금 사건 변호사의 ‘기막힌 일처리’
“동생! 담당 판사랑 친한 변호사가 서울에 있다는데, 거기에 맡겨볼 텐가?”
지난해 3월 이아무개(53)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형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농민단체 회장의 수행실장이다. 그가 모시는 이아무개(58) 회장은 보조금 부당수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2월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이 실장은 때마침 변호사를 수소문하던 터였다.
이 실장은 회장과 함께 ‘형님’이 알려준 서울 서초동의 박아무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그 형님과 친분이 있다는 김아무개 국장이 그들을 맞이했다. 경찰 출신인 그는 “우리 변호사님이 ○○대 출신인데 학교 다닐 때 판사님 공부도 가르치고 그랬다”며 담당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박 변호사는 얼굴을 잠깐 비쳤다.
그 자리에서 변호사 선임계약이 이뤄졌다. 김 국장은 착수금으로 2000만원을 달라고 했지만, 이 실장이 “돈이 별로 없다”고 하자 “그러면 1500만원만 달라”고 했다. 착수금은 △△은행 이○○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했다. 박 변호사의 계좌가 아니었다. 이 실장은 탈세를 의심했지만, 착수금을 깎아준 게 “고마웠고 믿음이 갔다”고 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고 열흘도 안 돼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함께 기소된 농가들도 변론 비용이 필요하니 1300만원을 보내라”고 했다. 이번에는 김 국장의 은행 계좌로 보내라고 했다. 이씨는 5월6일에 1000만원, 7일에 300만원을 송금했다. 이 실장은 “변호사 선임 약정서에 분명히 농가 변론도 함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그때는 경황이 없어 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를 10여일 앞둔 8월 중순. 이번엔 박 변호사를 소개했던 그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상태로라면 법정구속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것 같다. 나보다 판사와 더 친한 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니 3000만원을 달라”는 박 변호사의 요구를 전해온 것이다.
“어쩌겠느냐?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데….” 이 실장은 착수금을 송금했던 이○○의 계좌로 8월19일에 3000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정식 선임되지도 않았다. 그 뒤 판결은 연기됐다. 착수금 1500만원에서 시작된 변호사 비용은, 1300만원과 3000만원을 합쳐 58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10월19일 청주지법은 이 회장에게 벌금 2500만원을 선고했다. 농민들에게도 90만~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벌금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이 실장은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농가 변론 비용 1300만원과 추가 변호사 선임비용 3000만원을 받아간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박 변호사를 찾아가 5800만원 가운데 착수금 1500만원, 공탁금 500만원, 성공보수 2000만원을 빼고 18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경우는 처음 본다. 벌금형이 나왔으니 성공보수 2000만원을 따로 더 받아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 실장은 억울한 마음에 대한변호사협회에 전화를 걸었다. “약정서는 별도이고, 돈을 더 받는 건 변호사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실장은 “내가 소개해 선임한 변호사였다. 나 때문에 우리 단체가 입은 손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곧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한겨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탈세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변호사로 개업하고 직원들 급여도 챙겨줘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처음 7~8개월 정도는 소득의 60% 정도만 신고했지만 그 뒤로는 100%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수금 1500만원과 변호사 추가 선임 비용 3000만원이 송금된 계좌주인 이○○씨는 “내 처남의 처남이다. 그 사람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조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경위를 두고 “재판을 해보니 판사님의 태도가 강경했고 실형 가능성을 비쳐서 다급했다. 그래서 나와 대학동기이자 담당 판사와 고교·대학 동문인 조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판사와 통화를 한 조 변호사가 ‘만만히 볼 사안이 아니다. 공탁금을 걸어야겠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나중에 받은 3000만원은 공탁금과 조 변호사의 선임료로 모두 지급됐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일이 잘 끝나니까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어쩌겠느냐?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데….” 이 실장은 착수금을 송금했던 이○○의 계좌로 8월19일에 3000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정식 선임되지도 않았다. 그 뒤 판결은 연기됐다. 착수금 1500만원에서 시작된 변호사 비용은, 1300만원과 3000만원을 합쳐 58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10월19일 청주지법은 이 회장에게 벌금 2500만원을 선고했다. 농민들에게도 90만~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벌금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이 실장은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농가 변론 비용 1300만원과 추가 변호사 선임비용 3000만원을 받아간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박 변호사를 찾아가 5800만원 가운데 착수금 1500만원, 공탁금 500만원, 성공보수 2000만원을 빼고 18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경우는 처음 본다. 벌금형이 나왔으니 성공보수 2000만원을 따로 더 받아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 실장은 억울한 마음에 대한변호사협회에 전화를 걸었다. “약정서는 별도이고, 돈을 더 받는 건 변호사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실장은 “내가 소개해 선임한 변호사였다. 나 때문에 우리 단체가 입은 손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곧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한겨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탈세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변호사로 개업하고 직원들 급여도 챙겨줘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처음 7~8개월 정도는 소득의 60% 정도만 신고했지만 그 뒤로는 100%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수금 1500만원과 변호사 추가 선임 비용 3000만원이 송금된 계좌주인 이○○씨는 “내 처남의 처남이다. 그 사람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조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경위를 두고 “재판을 해보니 판사님의 태도가 강경했고 실형 가능성을 비쳐서 다급했다. 그래서 나와 대학동기이자 담당 판사와 고교·대학 동문인 조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판사와 통화를 한 조 변호사가 ‘만만히 볼 사안이 아니다. 공탁금을 걸어야겠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나중에 받은 3000만원은 공탁금과 조 변호사의 선임료로 모두 지급됐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일이 잘 끝나니까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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