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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굴착기 강에 빠질듯 말듯…바퀴 아래는 물이 흥건

등록 2011-04-21 20:04수정 2011-04-21 22:52

참사부른 낙단보 현장. 지난 16일 콘크리트를 친 지붕이 무너져내려 두 명이 숨진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단보 주변 소수력발전소 공사장에서 21일 오후 공사 관계자들이 가림막으로 철골 구조를 가리고 주변을 통제한 채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19일 4대강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인명사고와 관련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의성/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
참사부른 낙단보 현장. 지난 16일 콘크리트를 친 지붕이 무너져내려 두 명이 숨진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단보 주변 소수력발전소 공사장에서 21일 오후 공사 관계자들이 가림막으로 철골 구조를 가리고 주변을 통제한 채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19일 4대강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인명사고와 관련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의성/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
옆공구 익사 사고 나도 안전요원 없이 ‘아슬’
“6월까지 주요공정” 압박 이달 들어 5명 목숨잃어
“내일 공사 차질 빚어” 무리한 야간작업 강행
[르포] 4대강 공사현장 ‘안전 불감증’ 팽배

오는 6월 말까지 보 건설과 준설 등 주요 공정을 끝낸다는 정부 계획에 맞추기 위한 4대강 사업 현장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정률이 이미 98%에 이른 가운데 가뜩이나 빡빡한 공사 일정을 더 앞당겨 끝낼 태세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창녕군 남지읍 시민체육공원 옆 4대강 사업 낙동강19공구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업이 완료될 때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낙동강 한가운데에서는 준설선이, 물가에서는 굴착기가 쉬지 않고 강바닥 모래를 퍼내고 있었고, 대형 덤프트럭들이 바쁘게 오가며 퍼낸 모래를 나르고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과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4대강 건설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을 애도하는 글을 든 채 4대강 공사 속도전을 펼치는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과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4대강 건설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을 애도하는 글을 든 채 4대강 공사 속도전을 펼치는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지만 현장에선 ‘달인의 묘기’를 보듯 아슬아슬한 장면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15일 강가에서 굴착기로 준설 작업을 하던 기사가 굴착기가 옆으로 쓰러지면서 물에 빠져 숨진 낙동강18공구와 맞붙어 있다. 그럼에도 18공구 사고 때처럼 아무런 안전조처 없이 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는 굴착기는 강물이 닿을 듯 말 듯한 지점에까지 접근해 있었다. 굴착기 아래에는 강물이 배어나와 흥건히 고여 있었다. 한 발자국만 더 전진하면 강물에 빠질 듯 위태로웠다. 하지만 안전장치는 눈에 띄지 않았다. 굴착기 기사 중에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덤프트럭을 굴착기 앞까지 안내하는 ‘유도인력’이 꼭 배치돼야 하는데도, 어디에서도 유도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모두 지난 15일 낙동강18공구 사고의 원인으로 창원 고용노동청이 지적한 것들이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굴착기 기사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언론에는 말하지 못하겠다”며 “발주처(한국수자원공사)에 문의하라”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작업자에게 구명조끼를 모두 나눠주고 입도록 독려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도인력 배치 등 안전조처는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 사망사고 원인 비교
4대강 공사 사망사고 원인 비교
비슷한 시각 충남 청양군 목면 금강6공구 준설 현장은 이틀째 작업이 중단돼 있었다. 지난 18일 저녁 굴착기 기사 김아무개(51)씨가 숨진 사고 때문이었다. 야간작업을 하러 나왔던 김씨는,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숨진 김씨는 퇴근하는 길에 휴대전화를 걸다 사고를 당했고, 현장에는 안전을 위한 신호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공업체 쪽 설명과 달리, 김씨는 당시 저녁 7시부터 일을 하는 야간 근무조였고, 현장에는 안전 담당 신호자가 없었던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고를 낸 덤프트럭은 준설토를 실으려고 20m가량을 아무런 안내나 신호 없이 후진하던 중이었다.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야간작업에 앞서 1㎞가량 떨어져 있는 현장 준설토 적치장에 작업 지시를 하러 가던 동안에 사고가 났다”며 “평소엔 야간작업을 하지 않는데, 이날은 사고 현장에 쌓인 준설토를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날 공사에 차질을 빚게 돼 시공업체에 보고한 뒤 1~2시간 야간작업을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현재 금강6공구의 준설공사는 애초 계획한 87%보다 높은 94%를 기록하고 있다.

4대강 현장에선 갈수록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 2009년 8월 4대강 사업이 본격 시작된 이후 숨진 노동자 19명 가운데 5명이 이달 들어 목숨을 잃었다. 창녕 청양/최상원 송인걸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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