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군 움직임
21일 새벽 한국인 14명을 비롯한 선원 20명을 태운 한진톈진호가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도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월에 이어 ‘제2의 아덴만 여명 작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피랍 의심 소식이 전해진 시각,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4500t급)은 피랍 의심 지역으로부터 300마일(약 550㎞)가량 떨어진 오만 살랄라항 남쪽 해역에서 다른 선박 호송업무 중이었다. 군 당국은 아침 6시10분께 일단 한진톈진호에서 80마일 거리에 머물고 있던 터키 군함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7시10분 호송 업무를 마친 최영함이 한진톈진호가 정선해 있던 해역으로 이동을 시작했지만 현장 도착까지는 9~10시간가량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침 8시36분께 터키 함정 소속 헬기가 한진톈진호가 머무르는 해역에 도착했고, 여기서 파악된 정보가 우리 쪽에 통보됐다. 한진톈진호가 정지중으로 갑판이 점등 상태이며 외부 인원이나 근처 해적 모선, 소형 선박 등은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오후 2시30분 최영함 소속 링스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해적들의 사격 우려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갑판 위 인원이나 해적 모선 등은 식별이 어려운 상태였다. 다만 연돌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으며 선미 좌·우현에서 마네킹 각 1개씩이 발견됐다.
오후 4시25분 최영함이 현장에 도착했다. 링스헬기가 상공을 수차례 선회 비행하고, 최영함은 상선 통신망을 통해 교신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경고·위협 사격을 실시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도착 2시간여 만인 오후 6시33분, 2개조 16명으로 이뤄진 청해부대 소속 공격팀이 승선을 시작했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시킨 주역들이었다. 외부 선교와 72개 격실 수색을 한 뒤 저녁 7시5분께 긴급대피소에 피해 있던 선원들과 교신이 이뤄졌다. 7시30분에는 긴급대피소에 있던 선원들과 수색대원들이 만났다. 선원 모두 신변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때였다.
김운용 합참 민군심리전부 차장(육군 준장)은 “어느 정도 규모의 해적들이 어떤 수준의 공격을 해왔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라면서도 “연합 해군사, 터키 함정과의 신속한 협조, 아덴만 작전을 통해 청해부대가 작전 수행 절차나 능력을 우수하게 향상시킨 점 등에 힘입어 무사히 작전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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