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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음의 무게는 같건만…점점 잊혀지는 이름들

등록 2011-04-26 21:05수정 2011-04-26 22:23

이정순, 정상순, 윤용하
이정순, 정상순, 윤용하
20년전 대투쟁때 스러진
이정순·정상순·윤용하씨
추모하는 이들 점차 줄어
기억되지 않는 이름은 무참하다. 20년 전 산화한 무명의 이름들은 20년 뒤에도 이름을 얻지 못했다. 1991년 ‘5월 대투쟁’ 때 스러진 11명 가운데 3명은 개별 추모사업회도 없이 쓸쓸한 20주기를 맞고 있다.

“바쁘니께 이젠 사람들도 오덜 안 혀. 많이 올 줄 알고 음식 싸갖고 가도 안 오니께.” 26일 고령의 아버지는 “앞으론 추모식 따위 안 하겠다”고 했다. 정해남(81)씨의 아들 정상순은 20년 전 5월 25살의 노동자였다. 전남대병원 영안실 위에서 “노태우 물러가라”고 외치며 몸을 던졌다. 지난 세월 아들의 기일은 지역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지켜줬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을 기억하는 이들도 줄어갔다. 아버지는 이날 허허롭게 말했다. “누구도 원망 안 혀. 열심히 일해도 배고픈 시상, 열사가 다 뭔 소용이여.”

정상순, 윤용하(전남대에서 투신), 이정순(연세대 정문 앞 철교 위에서 분신 뒤 투신). 모두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찾을 수 있는 이름이다. 강경대(명지대생·최초 사망자), 박승희(전남대생·최초 분신자), 김귀정(성균관대생·진압 과정에서 압사), 박창수(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문사), 김기설(전민련 사회부장·유서대필 사건 촉발) 등의 이름이 각각의 상징성을 띠고 거듭 호명될 때 3명의 이름은 잊혀만 갔다. 8개 추모사업회가 20주년을 맞아 각각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준비할 때도 이들은 별도의 추모제조차 꿈꾸지 못하고 있다. 사망 당시 학생이었거나 큰 노조에 소속돼 있던 경우와 달리, 3명은 주부(이정순)였거나 노조의 도움을 받기 힘든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윤용하·정상순)이었다.

한현우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학생 또는 큰 사업장 노동자였던 분들은 대학교와 노조 차원의 추모사업회가 꾸려져 있지만, 세 분 열사에겐 이름을 기억해줄 만한 조직이 없었다”며 “죽음의 무게는 모두 같은데 열사들에 대한 사회적 조명에서마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 3명의 이름이 잊히지 않도록 11명 전체를 기리는 ‘91년 분신정국 20주기 및 호남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제’를 28일 광주 5·18기념회관 민주홀에서 연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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