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승소 잇따라…내달 2일부터 허용
서울 강남구청이 무허가 판잣집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다음달 2일부터 받아주기로 함에 따라, 구룡마을 개발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울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빈민촌에서 강제 이주한 구룡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사유지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입신고를 할 수 없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26일 “다음달 2일부터 개포1동에서 구룡마을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받을 계획”이라며 “현지 확인을 통해 실제 살지 않는 투기세력의 전입신고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전입신고를 받아달라’는 행정소송에서 구룡마을 주민이 승소한 뒤 최근 같은 소송이 잇따르자 전입신고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1200~1400가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입신고가 허용되면 구룡마을에 대한 공영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가 공영개발을 하면 살던 사람에게 임대주택을 줘야 하는데, 구룡마을 주민은 전입신고가 안돼 임대주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공영개발 착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화재에 취약하고 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이 없어 주거환경이 열악한 구룡마을을 정비·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개포주공1단지와 개포주공2단지 건너편에 있는 금싸라기 땅인 구룡마을 일대 49만㎡의 개발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컸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업체에 개발을 맡기는 민영개발의 경우 땅주인에게 특혜를 주고 개발이익이 소수에게 돌아가는 문제가 있어 공영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날 개발방식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2009년 5월 민간업체에서 구룡마을 정비계획 제안서를 제출받아 주민 열람공고 절차 등을 거쳐 시에 도시정비구역 지정안을 상정하려다 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주민들도 개발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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