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이상 사지마라”
단속뜬 날까지 문자중계
단속뜬 날까지 문자중계
대한항공이 기내 면세품 판매 캠페인을 벌이면서 사실상 승무원들에게 개인 구매를 권유해오다,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관세법 위반’ 경고를 받자 뒷수습에 나섰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내부 자료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 19일과 20일 전체 승무원에게 ‘세관으로부터 승무원 검색강화 통보를 접수한바 관세법 철저 준수 바람’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21일과 22일에도 각각 ‘금일 세관 검색중, 개인 구매 시 100$ 한도 내 구매 및 영수증 필히 지참할 것!’과 ‘전 승무원에 대한 세관 개봉검사 대비 100$ 한도 내 구매 및 영수증 필히 지참, 객실승원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승무원들에게 보냈다.
앞서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14일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에 “승무원들이 관세법을 위반해 1회 100달러 이상의 면세품을 구입한다는 민원이 있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현행 관세법상 기내 면세품 구입액은 일반인은 400달러, 항공사 승무원은 100달러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지난달부터 기내 면세품 판매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팀별로 판매량을 할당함으로써 사실상 승무원이 개인 돈으로 관세법상 한도를 초과해 면세품을 구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인천공항세관에까지 민원이 접수됐다.
면세품 판매 실적 압박을 받은 승무원들이 관세법 위반을 감수하며 외부에서 면세품을 판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강남의 한 사우나에서 단골손님이 ‘며느리가 대한항공 승무원인데 기내 면세품 판매 할당을 받아 괴로워하니 좀 사달라’며 책자를 돌렸고 그 자리에서만 1000만원어치의 물건이 팔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사원 김아무개씨도 “최근 대한항공 승무원인 지인이 기내 면세품 책자를 들고 와 ‘실적 압박을 받으니 면세품을 구입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회사 사람들과 돌려보며 면세품 구입 희망 목록을 적어줬다”며 “이 승무원이 자기 이름으로 구입한 뒤 물건을 갖다줘 값을 치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쪽은 “회사가 승무원들에게 기내 판매 면세품을 할당한 적이 없으며 문자메시지 발송은 승무원 단속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인천공항세관이 전 승무원에 대한 개봉검사를 하겠다고 의사 표시를 해 승무원들에게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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