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권 밖에 없어? 그럼 우린 묵비권만 있어"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뇌부가 또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가진 게 수사권밖에 없다면 우리가 가진 것은 묵비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소추권이 아니라 수사권만 갖고 있다는 말을 다른 나라에서 들으면 귀를 의심할 것”이라며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 대비해 소추권에 신경을 쓰는 것이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난달 30일 “검찰이 엄청난 권력이 있으니까 나눠달라고 하지만 검찰이 가진 권한은 수사권 하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허 청장은 또 “검찰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경찰이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폴리스라인’ 하나로 공권력을 바로 세우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검사는 정치인에 이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평가됐다”며 “정치권 등 권력집단의 부패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한 국가기관의 수뇌부가 다른 기관의 수장이 한 말을 언급할 때는 최소한의 예의와 절제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김종빈 검찰총장이) ‘검사의 유일한 권한’이라고 표현한 수사권은 당연히 소추를 전제로 한 의미였다”며 “경찰이 각종 인·허가권이나 정보, 교통, 통신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검찰은 수사·소추권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수사와 소추가 분리될 수 없는데도, 사건 송치 전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권을 독점하겠다는 경찰의 속마음이 그대로 표출된 셈”이라며, 경찰쪽 주장을 맞받아치기도 했다. 황상철 김태규 기자 rosebud@hani.co.kr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뇌부가 또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가진 게 수사권밖에 없다면 우리가 가진 것은 묵비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소추권이 아니라 수사권만 갖고 있다는 말을 다른 나라에서 들으면 귀를 의심할 것”이라며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 대비해 소추권에 신경을 쓰는 것이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난달 30일 “검찰이 엄청난 권력이 있으니까 나눠달라고 하지만 검찰이 가진 권한은 수사권 하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허 청장은 또 “검찰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경찰이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폴리스라인’ 하나로 공권력을 바로 세우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검사는 정치인에 이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평가됐다”며 “정치권 등 권력집단의 부패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한 국가기관의 수뇌부가 다른 기관의 수장이 한 말을 언급할 때는 최소한의 예의와 절제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김종빈 검찰총장이) ‘검사의 유일한 권한’이라고 표현한 수사권은 당연히 소추를 전제로 한 의미였다”며 “경찰이 각종 인·허가권이나 정보, 교통, 통신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검찰은 수사·소추권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수사와 소추가 분리될 수 없는데도, 사건 송치 전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권을 독점하겠다는 경찰의 속마음이 그대로 표출된 셈”이라며, 경찰쪽 주장을 맞받아치기도 했다. 황상철 김태규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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