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기표소서 휴대전화기로 찰칵… 2곳서 적발
민노당 등 참관인 “회사 지시라고 진술했다”
당사자는 “그런 말 기억없어”…현대중 “무관”
기표소서 휴대전화기로 찰칵… 2곳서 적발
민노당 등 참관인 “회사 지시라고 진술했다”
당사자는 “그런 말 기억없어”…현대중 “무관”
울산 동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19분께 일산동 제1투표소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하아무개(52)씨가 기표소 안에서 기표를 한 자신의 투표용지를 휴대전화기로 촬영하다 투표 참관인 등에게 적발됐다고 밝혔다. 동구 선관위는 이어 오전 8시28분께 남목2동 제4투표소에서도 현대중공업 직원 최아무개(38)씨가 휴대전화기로 자신의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을 적발했다. 일산동 투표소에서 현장을 목격한 민주노동당 쪽 참관인은 “하씨에게 사진을 찍은 이유를 묻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회사에 보여주기로 해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무소속 후보 쪽 참관인도 “하씨가 회사 지시에 따라 촬영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투표용지를 찍는 게 불법인 줄 모르고 무심코 찍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목2동 투표소에서 적발된 최씨는 선관위 조사에서 “투표 때문에 출근이 늦었다고 회사에 확인해주려고 찍었다”고 진술했다.
선관위 쪽은 하씨와 최씨가 찍은 사진은 스스로 삭제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될 수 있다고 알려준 뒤 돌려보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는 유효표로 인정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선관위가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고도 정확한 진술서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당사자를 돌려보낸 것은 직무 소홀”이라며 선관위 쪽에 진상 조사와 강력한 조처를 촉구했다. 사회불평등 해소와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울산시민연대도 성명을 내어 “기업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선거 결과를 왜곡하려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관위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또 이 회사 노조도 지난 12일 임명숙 한나라당 동구청장 후보와 정책연대를 선언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쪽은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투표소에서 사진 찍다 적발되기 십상인데 회사에서 그런 일을 지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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